살아있는 지옥을 경험하다

by 와이

'그래, 떨어져 죽자...'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와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운 남편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정좌불능이 시작되고 나는 109, 129, 1577-0199과 같은 정신상담 전화를 계속 걸어서 횡설수설하면서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들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죽을 것 같다고 연신 외쳐댔다. 모든 상담원들이 응급실에 가셔야 한다고, 상담전화 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상담원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입력이 되지 않았다. 급기야 109와 통화할 때, 벌벌 떨리는 마음을 부여안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선생님,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혹시 위험한 건 아니시죠? 위험하신 것으로 판단되면 112를 출동시킬 수 있습니다."


맞았다. 나는 떨어져 죽을 곳을 찾으러 나가는 중이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 창문은 너무 작아서 내 몸이 빠져나갈 수 없었고, 겨울이라 밖이 너무 추웠다. 한참을 창문 밖을 내려다보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는데, 곧 112 구조대가 우리 집에 들이닥쳤다.


"자살 시도 하시는 건가요?"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찰들은 어떻게 갔는지, 그날 밤 잠은 어떻게 잤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그날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한 가지 기억이 나는 건 다음 날 우리 동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출동해 주셔서 내가 진료받던 개인병원까지 인도해 주신 것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가 나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고, 주치의는 특별한 설명 없이 처방전만 내렸다.


- 아침: 인데놀, 리보트릴

- 점심: 인데놀

- 저녁: 인데놀, 리보트릴

- 취침 전: 리튬, 아티반


또, 자살하러 뛰쳐나갈까 봐 무서워서 일주일간 열심히 먹었다. 낮 동안 졸림이 있었지만, 열심히 먹었더니 정좌불능이 사라졌다. 아마도 처방전에서 이전에 먹던 라투다가 빠져 있던데, 그 녀석 때문에 정좌불능이 생긴 모양이었다. 불현듯 화가 났다. '이 놈의 의사는 이런 부작용을 예측도 못한 것인가? 리튬을 뺐다가 난 죽을 뻔했어.'


이때부터 의사와 약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다.


생각해 보니, 나는 회사를 그만둔 후에 평온하게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집안일도 잘하고 우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조울증 약을 먹고 나서부터 울고, 잠도 못 자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머리도 멍하고... 모든 불행의 시작이 조울증 약 때문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의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실험적인 약들을 먹고 죽음 앞에까지 다녀왔다. 정신과 약을 먹고 난 후로는 잠을 마음대로 잘 수가 없었다. 새벽 6시면 두근거림이 생겨 어김없이 일어나야 했다. 잠을 더 자려고 해도 잠을 더 청할 수가 없다. 약을 먹어야지만 자고, 약이 시키는 대로 일어나야 했다. '아, 몸이 평온한 상태였는데, 그때 약을 먹어서는 안 되었어...'


자살 소동은 끝이 나고, 새로운 약 처방을 먹으면서 살아있는 지옥이 시작되었다. 내 삶에 이런 생지옥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정신과에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수면시간이 4시간, 3시간, 2시간으로 줄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4일간 잠을 한숨도 못 자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무수면 4일째에는 응급실에 갔더니, 아티반과 다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약을 주사로 놓아주고 퇴원시켰다.


불면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심장이 하루도 쉬지 않고 두근대기 시작했다. 어떨 땐 미친 듯이 뛰고 어떨 땐 세게 조여왔다. 아침약을 먹으면 무척 잠이 왔다. 밤에 한숨도 못 잤는데 아침 약은 수면진정제니 졸리는 것이 당연했다. 문제는 수면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망치로 심장을 때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깨어난다는 것이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엉엉 울고 싶은데, 리튬이라는 약을 먹고 나서부터는 눈물도 안 나왔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오는 것도 엄청 고통스럽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나님, 저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요. 제발 잠도 자고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게 도와주세요.'


주치의를 찾아갔더니 쎄로켈이란 약을 처방해 주었다. 원인에 대해서는 주치의도 설명을 잘하지 못했다. 고통이 너무 큰데 원인도 설명을 못하고 약만 처방하는 주치의가 무척 못마땅하고 화가 가는 것을 겨우 참았다. 한 달 가까이 되는 불면의 고통 속에서 제발 날 살려주기만을 원하며 쎄로켈을 복용했다. 복용 첫날, 갑자기 다리가 묵직해져서 불편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자 위내시경 수면 마취되듯이, 약에 취해 잠이 들었다. 스스륵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쎄로켈을 먹어도 수면시간이 4시간이다. 그런데 쎄로켈을 먹은 다음날은 몸이 천근만근이다. 우울감도 살짝 돈다. 쎄로켈을 먹지 않기로 했다.

keyword
이전 06화알약 하나로 죽음의 길에 다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