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검색하다가 내가 먹는 약 중의 하나인 아티반의 중독성과 단약법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영상을 올린 병원을 발견했다. 우리 집에서 거리가 꽤 있었고 비용도 부담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보기로 했다. 그 무렵 나는 매일매일 증상이 달랐다. 간혹 가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슴 두근거림과 가슴 통증, 불면과, 멍함, 집중력 부족, 죽고 싶은 마음에 시달렸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약을 끊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단약법을 소개하는 의사에게 가보기로 했다.
예약한 당일 아침, 나는 갈등했다. 새로운 병원에서 가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쭉 설명해야 하는 과정이 부담스럽고, 비싼 병원 진료비에 비해 내가 얻어올 것이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저는 약을 끊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보통의 의사라면 반대할 것이 뻔했다.
그날따라 더욱 팔다리에 힘이 없었다. 아침으로 냉장고에 있던 정월대보름 찬밥을 겨우 전자레인지에 데워 김치랑 먹었다. 배는 고픈데 더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샤워하고 화장할 의욕도 없었다. 물세수를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기초 화장품을 얼굴에 발랐다.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다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병원에 전화했다. 전화하는 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떨리고 가녀렸고 누가 들어도 아픈 병자였다.
“여보세요. 10시 40분 예약한 사람인데요,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못 가겠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몸이 무척 안 좋아 보이시는데, 그럴 때일수록 밖으로 나와서 진료를 받으세요. 오늘 오후 2시나 3시에 자리가 있어요. 힘을 내서 오후에 원장님 진료를 받아보세요.”
갈등이 되었다. 혹시 나에게 도움이 되어줄까... 오후 2시에 가기로 예약했다.
우리 집에서 병원까지 지하철로 47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걷는 시간을 포함하면 1시간이 걸렸다. 어느새 나의 심장은 다시 두근거렸다. 이 놈의 교감신경 항진은 도대체 언제 사라지는 걸까? 두 근 반 세 근 반 가슴을 부여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병원에 도착했다. 기존 병원의 의무기록지를 전달하고 병원 원장님 진료실로 들어갔다. 원장님이 심각한 얼굴로 기존 병원의 의무기록지와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티반에 대해서 검색해 보다 유튜브를 보고 이 병원에 오게 되었어요.”
“지금은 아티반이든 리보트릴이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실 때에요. 기존 병원의 주치의가 선생님을 잘 알기 때문에 기존 병원에서 진료받으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주치의가 입원을 권유했는데 왜 입원을 안 하셨죠?”
“아이가 있어서요. 외래 진료로 받고 싶었어요. 입원하면 엄마의 자리가 비어 아이가 힘들 거예요.”
나의 목적은 약을 끊는 것이었는데, 나의 증상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반대로 약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리고 기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가 이 병원에 오면서 계속 생각했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누가 나를 업어오지 않는 이상, 너무 멀어서 이 병원을 다니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이 병원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