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느끼는 죽고 싶다는 생각 가짜 생각이에요, 가짜 생각! 아시죠?”
우리 동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나를 담당하는 복지사님이 이야기했다. 그랬다. 나는 죽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난번 자살 충동 이후로 조정된 약을 먹으면서 컨디션이 파도를 타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살 것 같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죽고 싶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좋아했다. 대학을 입학하는 과정에서도 실패는 없었다. 취직하는 과정도 순탄했다. 엄마가 아프셨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는 앞을 향해 나아갈 자신감에 차있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 남편을 만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때론 너무 바쁘다고 생각되었지만 죽음이란 단어는 상상 속에서도 없었다. "조울증이에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선언할 때에도 그런가 보다 했다. 약을 먹으면 낫는 건가 했다.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어느 날 조울증 약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찾아온 정좌불능은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고, 그 이후 자살 충동은 나의 반려자가 되었다. 약물을 조정한 후 정좌불능은 사라졌지만 이후 한 달 동안 나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점점 잠이 줄었다. 4시간, 3시간, 2시간... 취침약을 먹고 난 후 눈을 뜨면 새벽 1시나 2시였고 잠에 들지 못했다. 급기야는 4일 연속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병원에서 추가로 받아온 약은 몸이 불편했다. 모든 게 다 약 때문이라는 생각에 약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졌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볼 때는 새로운 약으로 나를 실험할까 봐 불안했다. 진료 때마다 항상 같은 약을 받아왔다.
잠을 자지 못한 날 아침은 무척 괴로웠다. 약을 먹어도 괴로웠고, 약을 안 먹어도 괴롭고 앞으로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침대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여기는 아파트 꼭대기 층이고, 나는 옆으로 굴러 떨어질 거야. 그러면 공기를 가르며 내 몸이 차가운 바닥에 쿵하고 떨어지겠지. 심장이 멎고 내 영혼은 내 몸에서 떠나 기다리고 있던 천사를 만날 거야. 나는 천사에게 부탁하겠지. 우리 아이랑 나머지 가족들 한 번씩만 보고 하늘나라로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