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옮겨 볼까? 2

by 와이

교회 집사님이 다니고 있는 병원을 적극 추천해 주셔서 다른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집사님, 아무래도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약을 잘 못쓰는 것 같아요. 자살할 뻔한 위기를 넘겼고, 지금도 한 달이나 잠을 못 잔다니, 병원을 옮기는 게 좋겠어요. 제가 다니는 병원 가봐요. 저도 여러 군데 시행착오를 겪고 정착한 병원이에요. 너무 힘들어하니 불쌍해, 병원 꼭 옮겨 봐요.”


어차피 자살할 거면 평생 약 먹고살자는 마음, 이 판 사판이니 일단 병원을 여러 군데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1시에 깨서 아침까지 뜬 눈으로 지새운 날, ‘그래, 새로운 병원에 가보자. 약을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약을 못 끊더라도 이 고통스러운 불면과 가슴 두근거림을 한 번에 해결할 약을 처방해 줄지도 모르잖아. 이 고통만 사라진다면 약을 평생 먹어도 괜찮아. 너무 고통스러워.’


한 달 넘게 잠을 못 자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현상에만 몰입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조금만 길게 얘기해도 나의 머릿속은 다시 약과 통증 생각으로 돌아와 집중을 하지 못했다. 입만 열었다 하면 “약물 부작용 때문에 죽을 것 같아. 내가 죽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꼭 잘 살아야 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에 들 수가 없어. 한 달째 사라지지 않아. 나 죽는 거 아니야?”하면서 가족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병원에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새로운 병원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머릿속을 옥죄는 고통 때문에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찾지도 결정하지도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나를 미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극도로 잠을 못 이루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것과 같았다. 아이가 먹을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정할래?” 그러면 아이디어가 많고 의사표현이 명확한 우리 아이가 “오늘은 월남쌈 어때?”라고 말했다. 월남쌈은 어떻게 만드는 건지 또다시 머리가 하얘졌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 순 없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집사님을 믿고 새로운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집사님, 그런데 저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병원까지 라이드해 줄 수 있어요?” 염치 불고하고 집사님에게 부탁해서 새로운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또 그동안의 있었던 일을 브리핑하고 지금 어떤 약을 먹고 있고 불면과 가슴 두근거림은 어떤지 설명했다.


“와이님, 지금 약을 적극적으로 써야 해요. 또 자살충동이 오면 어쩌려고요.” 1시간가량 상담했을까 나는 온몸의 기력을 다 소모했고, 쓰러질 것처럼 힘들게 진료실을 나왔다. 한 달 동안 잠을 못 잤을 뿐 아니라 밥도 조금밖에 못 먹어 한 달에 4kg이 빠졌다. 1시간 진료만으로도 에너지가 다 소모되어 나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약국으로 내려가 처방받은 약을 받고 기어가듯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휴, 죽을 것 같이 힘들어. 우리 집에서 너무 먼데 내가 잘 다닐 수 있을까?’


새로운 병원에서 준 약은 기존 병원의 처방과 비슷했다. 같은 성분의 약을 반감기가 다른 약으로 교체하거나 같은 약인데 제약사가 다르거나, 항우울제가 하나 추가되었다. 그날 밤 나는 약을 바로 먹지 않았다. 무서웠다. 약이 조금 바뀌었는데 부작용이 나타날까 봐 무섭고, 또 효과가 없을까 봐 무서웠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다음 날 밤 나는 새로운 병원에서 준 약을 먹었다. ‘그래, 죽기야 하겠어’ 새로운 병원의 약을 먹고 나는 아침 6시까지 깨지 않고 잠을 잤다. 피로도 조금 풀린 듯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정좌불능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일요일이었는데,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았다. 몸이 비비 꼬였다. ‘조금만 참자. 또 응급실 가면 안 돼. 응급실 가도 해주는 게 없잖아.’ 정좌불능은 미칠 것 같은 고통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날은 약을 먹어도 잠을 못 자고 새벽 1시에 깼다. 정좌불능이 찾아왔다. ‘참자, 참자, 참자...’ 울고 싶어도 리튬과 아티반 때문인지 눈물이 안 난다. ‘참자, 참자, 참자...’ 날이 밝고도 고통은 계속되었다. 또 기어가다시피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선생님, 저 죽을 것 같아요. 정좌불능이에요. 토요일, 일요일 죽는 줄 알았어요.”“어... 지금 처방한 약들은 정좌불능을 일으키지 않는 약들이에요. 리튬 농도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네, 선생님, 지금 죽을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이 고통을 없앨 약을 처방해 주세요, 안 그러면 오늘 하루 종일 또 참고 고생해야 해요.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멀어서 다시 동네 가까운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여기 오시는 대부분 분들은 가까운데 사시는 분들이에요.”


선생님은 3개의 알약을 처방해 주셨다. 약국에서 약을 타자마자 약부터 삼켰다. 그리고 집에 오자 정좌불능이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엇, 약 먹고 기분이 좋아지다니’ 얼마 만에 느끼는 자유로움인지 몰랐다. 그러나 저녁이 다가오면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안한 기운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오늘 밤은 잠을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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