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작업이다. 가볍게 읽는 책들은 그렇지 않지만 좋아하는 책이나 중요하게 읽어야 하는 책들은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책을 펼쳐야 잘 읽힌다고 살아왔다. 자취방에서 자주는 아니고 그렇다고 가끔도 아닌 적당히 가는 카페를 가려면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1분 버스 타고 25분 버스에서 내린 다음 횡단보도를 하나 건넌 뒤 걸어서 5분만 걸어가면 책을 읽기 좋은 카페가 나온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에 책이 더욱 잘 읽히기도 하지만 한번 집에서 나가려면 무거운 어깨를 펼치고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걸쳐야 나갈 수 있기에 마냥 쉽고 간편한 거는 아니다.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있어 카페를 갈려고 마음먹은 날. 이날은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평소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책과 필기구와 지갑을 챙기고 옷도 간편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막 입은 것도 아닌, 언제든지 누구와 마주쳐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좋아하는 향수를 손목에 한번 뿌린 뒤 가방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한다. 신발을 신고 우산을 챙기고 이제는 착용하지 않으면 너무나 어색한 에어팟을 끼고 밖을 나간다. 버스정류장까지 가깝기에 우산을 펼치지 않고 정류장까지 뛰어간다. 버스에 오르고 부담스럽지 않은 중간 창가 좌석에 앉아 비가 올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 멍을 때린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통창의 카페에는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사림이 많은 게 싫기에 나는 운이 좋다며 카페에 들어섰다. 나는 가볍게 묵례를 했다. 근데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오늘은 6시까지 영업합니다."였다. 이날은 평일 오후 5시 40분이었다. 평소 7시 30분 라스트오더 8시까지 영업하는 카페지만 사람이 없어서 일찍 마감하는 것 같았다. "아......" 20분은 책을 읽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고 20분을 남겨서 이미 커피머신 청소도 다 했을 직원분들한테 커피를 주문한다는 것은 약간의 죄책감도 부과되기에 3초 정도 고민을 하고 다음에 오겠다고 말한 뒤 가게를 나섰다. 플랜 a만 세워버린 나는 막막하게 할 것을 찾아봤다. 영화나 볼까? 다른 카페를 갈까? 칵테일바나 갈까? 그렇게 서서 5분 정도 찾아보다가 모든 게 귀찮아져서 그냥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갔다. 이룬 것도 뭔가 마땅히 한 것도 없지만 이미 힘은 힘대로 돈은 돈대로 써버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