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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건 Jul 31. 2024

문상훈의 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자기 검열을 시작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연락할 때, 알림 창을 보고 뭐라고 답장을 할지 계속 고민하다 30분이 지나야 겨우 보내는 것과 상대방이 오해할까 에둘러 말한 말이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오해하지 않기 위해 자기 검열을 지속한다. 이러한 자기 검열이 계속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본인이 한 말을 깊이 생각하고 파헤쳐 본인이 오해하기도 한다. 타인을 오해시키지 않기 위해 고민한 말들이 나를 오해하게 만드는 게 웃기기도 하다. 이런 고민을 그저 생각 속에 담고만 있을 때 문상훈은 본인이 한 말을 오해하지 않기 위해 책을 썼다.



 빠더너스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문상훈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며 구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며 성장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까지 뻗쳐나가며 그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필자는 문상훈의 감성을 매우 좋아한다. 그의 감성을 오당기(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에서 처음 느꼈다. 문상훈이라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갖는 고민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며 깊은 매력을 표한다. 일반적인 고민과 생각을 일반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아주 아름답게 표현한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그는 아주 영민한 사람이다.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과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담백하기까지 한 그의 솔직한 감성을 다루기에 그저 부럽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책을 냈기에 나는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문상훈은 나와 닮았다. 내 친구와도 닮았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닮았다. 그렇기에 그가 쓴 문장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은 일반적인 에세이 느낌이다. 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도 든다. 책 맨 앞과 뒤에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글을 읽기 전 그의 감성을 프롤로그처럼,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엔딩크레디트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느낀 점은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사는구나였다. 다들 한 번쯤 가지고 살만한 그런 생각들, 그중에서도 우울과 사랑 관련된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느꼈다. 그가 쓰는 표현을 일상에서 많이 쓰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쓰이면서 문장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인상 깊었던 글이 많았지만 그중 2가지를 내가 쓴 글과 함께 소개하고 싶다.



자기혐오


 "언젠가 맑고 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명조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자기혐오에 시달릴 때마다 나는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일단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나를 탓하며 느리게 걷는다. 걷다 보면 내가 아닌 남을 탓하며 정당화를 시작하며 걸음이 빨라진다. 어느 정도의 흥분을 지닌 채 완벽한 알리바이를 세웠다 자부하며 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 잠에 들 때면 한 가지 증거가 남아 계속 잠에 들지 못합니다.


 1년 전 제가 썼던 글입니다. 저 또한 그처럼 바른 명조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지 모릅니다.



내가 짝사랑을 하는 동안에 1


"내가 짝사랑을 하는 동안에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짝사랑을 할 때면, 나는 시인이 된다. 너랑 짧게 나눈 대화 속 의미를 찾고,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너와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지만, 항상 시의 1행만 마지막에 배치돼 반복될 뿐이다. 그래도 내가 너의 시인이 돼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고맙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문상훈의 사랑은 구구절절하지 않아 좋다.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내용들은 문상훈이라는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단순히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뿐만 아니라 문상훈만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오직 문상훈만을 위한 책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평소에 생각해 온 주제들이지만 명확하지 못해 응어리가 맺힌 사람들에게, 타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태도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부족했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소년이다. 나는 매일 미숙하고 질투해서 오늘도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소년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


문상훈과 문상훈의 글이 언제나 소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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