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에서 외로움이 갑자기 찾아왔다.
대전에서 장기하의 공연을 보고 시외버스를 타고 청주에 도착한 뒤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23시에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늦은 시간 버스에는 당연하게도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오늘 하루 많이 걸어 다녀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만 했지 공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오늘의 감정은 분명 행복해야 할 텐데 살며시 외로움과 공허함이 내 머리에 가득 찼다.
내가 지금 느끼는 외로움은 정신적 외로움일까 육체적 외로움일까.
공연을 보고 난 뒤 여운이라고 하기에는 뜨거워야 하는데 너무 춥다.
아무래도 계속 사람들이랑 복작복작 붙어 지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잠시 잊고 지낸 것 같았다. 외로움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갑자기 찾아온 외로움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외로움의 흥취가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익숙한 창문 밖 풍경같은 일상의 권태를 불러일으켜
삶의 경위서를 작성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한 문장이 떠올라 메모장을 켜고 이렇게 적었다.
"외로움은 전염된다는데 왜 아무도 없는 버스 안에서 나는 이토록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순전히 궁금했다 난 무엇의 전염되어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지
당장 메모장을 켜고 이유를 적으려 했지만 머릿속은 센치함이 난동을 부려 별 시답잖은 글을 적고만 있었다.
그러다 버스는 집 앞까지 왔고 하차 태그를 찍고 내린 뒤 편의점 앞 맥주를 먹고 있는 무리들을 부러워하며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계속 생각했다. 혼자 외로이 있을 때도,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도 나는 누구한테서 외로움이 전염됐나.
고심하며 적은 내 메모장에는 기상천회한 답들이 적혀있었다.
타인의 외로움을 구원해 주려고.
패션 외로움
외로움의 자아 생성
타고 있던 버스기사님에게 옮겨짐
이상한 답들을 적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때
평소대로 책을 읽다가 갑자기 나의 외로움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깊은 고민도, 사색도, 알아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나의 외로움은 구석에서 이미 오염되어 있었다.
마침 이 맘 때쯤 외로움이 필요했던 순간이었고
외로움은 그 시점 내게 필요한 감정이었다.
나의 외로움은 누구한테 전염되었을지도,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걸 수 도 있다.
외로움의 취약해져 앞으로의 외롬을 받아들이기 힘들까 봐
즐거워야 할 순간에 살짝의 외롬을 토핑 했다.
이렇듯 외로움은 내가 필요할 때 내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