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처음 책과 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참 멋있어 보였다. 허영심 가득한 10대였기에 두껍고 대학 전공 수업 때 쓰는 책들을 읽고 다녔다. 쓰디쓴 책을 자랑하듯이 책상에 올려두고 책갈피는 여전히 같은 페이지를 지켰다. 그 당시 책을 사유하지 않고 씹고 바로 뱉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소설책을 추천받았다.
이야기의 흐름은 영상물로 봐야 한다는 나의 생각을 깬 채 나는 소설에 빠지고 여러 권의 소설책을 읽었다. 책을 집중해서 읽는 습관을 들이니 점차 산문, 짧은 인문학 책들을 읽으면서 나의 가치관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는 다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10대의 심지가 다하기 전 책을 사랑하자고. 하지만 결국에는 애정의 단계로 끝나게 되며 책을 멀리 하게 됐다.
여름이 찾아오며 습하게 쌓여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자리에 앉았다. 1년 동안 내 곁에 책은 수험서 밖에 없어서 내가 애정하던 책을 맞이하는 건 처음에는 어색했다. 금방 친해지기 위해서, 빈 시간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 뭐든지 해야 됐었다. 그 해답은 글이었다.
글을 쓰는 게 참 멋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도 서툴지만 글을 쓰고 있어
하지만 너무 막막하더라. 남들과 다른 글을 쓰고 싶지만 난 보통의 삶을 살던 사람이었는데, 첫 문장을 쓰는 데 일주일이 걸리고 한 문장은 한 달이 걸릴 정도로 글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우선 일기를 계속 썼다. 사람에 대해서도 쓰고 여름에 대해서도 썼다. 그렇게 시나브로 나의 책장에는 나의 책들이 가득했다.
뭐든지 처음이 어색했던 10대가 글을 통해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뭐든지 처음의 순간이 어렵고 어색할 때 나는 여전히 내가 처음 쓴 글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