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더욱 행복한 일상

행복한 신혼생활

by 미련곰탱이

신혼의 달콤함을 안고 우리는 저 멀리 호주와 뉴질랜드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결혼 전, 나는 약 1년간 호주에서 홀로 생활한 적이 있다.
그 시간 동안 그녀와는 떨어져 있었고, 인터넷 채팅과 국제전화로 서로의 그리움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외로움, 그 간절했던 마음이 결국엔 우리 둘을 더 단단히 묶어준 것 같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혼자서만 밟았던 그 땅을 이제는 그녀와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벅차오르는 행복을 느꼈다.

그녀와 함께 본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끝없이 펼쳐진 뉴질랜드의 초원과 푸른 하늘. 모든 풍경이 우리 둘을 위한 배경 같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더 가까워지고, 더 깊어졌다.

햇살 좋은 거리에서 손을 꼭 잡고 걷고, 낯선 식당에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웃고, 호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우리 정말 부부가 됐구나” 하고 실감하며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잠들던 그 밤들.

그건 단지 여행이 아니라 우리 사랑의 기적 같은 완성이었고, 서로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하자”
는 다짐을 다시금 새긴 시간이었다.

결혼 후,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이른 새벽, 부엌에서 들리는 작은 부스럭거림이었다.

이른 출근을 준비하는 나보다 먼저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정성껏 아침을 차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진짜 결혼했구나...’

현관을 나설 때면 늘 예쁜 앞치마를 두르고 서 있던 그녀.
그 모습이 어쩐지 부끄러워 나는 늘 짧게 "다녀올게"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문을 나서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그 손을 한번 더 잡아줄 걸,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넬 걸,
그 순간이 그렇게 쉽게 다시 오지 않을 텐데.

그녀는,
그 짧은 배웅의 시간 속에서도 내 마음을 느끼고 있었을까.

혹시, 그날의 쑥스러움이 지금까지도 작은 서운함으로 남아 있진 않을까?

사랑은 거창한 고백보다 이런 사소한 인사 한마디, 손 한번 잡아주는 따뜻한 습관 하나에서 더 깊어지는 걸
결혼하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난
오늘도 늦은 밤 그 시절의 따뜻한 아침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말한다.

“그때 정말 고마웠어.
그리고... 미안했어.”


결혼 생활이 익숙해지고 서로의 리듬도 자연스러워질 무렵, 어느 저녁, 그녀가 물었다.

“오빠는 회사가 더 중요해?
아니면, 가정이 더 중요해?”

나는 아무 고민 없이 말했다.
“회사가 중요하지.”

그 말에 그녀는 작게 웃으며 돌아섰지만, 나는 그날 밤 몰래 눈물을 훔치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 놓인 임신 테스트기.

그제야 알았다.
그녀는 아마 “가정이 중요하지”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렸고, 우리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기쁨 속에서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갑자기 숨이 막혔고, 어떤 말로도 미안함을 전할 수 없어 그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양동이에 물을 받아 몇 시간이고 세차를 했다.

내일,
우리의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만큼은 가장 반짝이게 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조금은 용서받고 싶었다.

다음날,
우리는 함께 산부인과에 갔다.
작고 소중한 생명이 초음파 화면 속에서 꼼틀거리고 있었다.

그 아이의 태명은 ‘콩순이’.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첫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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