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믿음사이에서

중간고사

by 미련곰탱이

늦은 저녁, 둘째 딸과 막내아들의 방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걸 보며, 내일이 중간고사 시험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둘째 딸은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있고, 막내아들은 중학교 2학년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비평준화 지역이라,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중학교 내신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더 긴장할 법도 했지만, 고맙게도 둘째 딸은 중학교 3학년 내내 스스로 준비하며,
다들 가고 싶어 하는, 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성공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스스로 해낸 아이였기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막내아들을 바라보았다.
까불거리고, 덤벙거리고,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막내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나를 닮은 모습이어야 친근하고 귀여워야 할 텐데.
왜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걸까.

아이 엄마도 그런 내 태도에 종종 불만을 털어놓았다.
"왜 이렇게 아이한테 차갑게 대하냐"라고.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줄 수 없냐"라고.

나라고 모르는 게 아니었다.
내 자식이 싫은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나조차도 왜 이렇게 아이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지,
왜 살갑게 웃어주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살아오면서 했던 실수들, 잘못했던 일들이
이 아이에게도 반복될까 두려워서일 것이다.

나는 막내가,
조금은 과묵하게,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고,
어디에 가서든 주눅 들지 않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일까.
막내가 실수할까 봐, 실패할까 봐
미리 차가운 벽을 쌓고,
조금은 엄격하게 대하게 된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다.
아이는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아이는, 나처럼 똑같이 넘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내 불안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어떤 모습이라도 품어줄 수 있는 '믿음'이라는 걸.

늦은 밤,
시험공부를 하다 책상에 엎드려 잠든 막내의 등을 바라보며,
살짝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이의 조그만 어깨는,
어느새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미래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오늘,
둘째 딸과 막내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ㅇㅇ야, ㅇㅇ야.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너희 모습을 보니 아빠는 참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구나.
마음 한편으로는, 너희처럼 치열하게,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했던
아빠의 옛 모습이 떠올라서 조금은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아빠는 매번 공부해라, 자라... 하는 잔소리를 녹음기처럼 반복했지만,
오늘은 다르게 말하고 싶다.

우리 둘째 딸, 시험 스트레스로 저녁 내내 배 아파하는 걸 보니
아빠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정말 유리멘털을 가진 우리 딸.

그리고 집에서는 아빠 앞에서 강한 척하지만,
혼자 뒤에서는 긴장하고 떨고 있을 우리 막내아들.

얘들아,
너희는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고, 이미 최고야.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과 시간을 믿어보자.

그리고 아빠도 믿는다.
너희가 어떤 길을 가더라도, 그 길에서 스스로 빛날 수 있을 거라고.

오늘 하루도, 우리 웃으면서 시작하자.
정말 사랑한다,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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