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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ly Feb 06. 2024

[서평] 맡겨진 소녀 / Foster

아이에게 사랑을

벌써 신년의 2월, 이렇게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서둘러 책을 한 권 읽어냈습니다.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그녀의 책은 처음인데, 가격에 비해 무척 얇고 작은 책입니다. 책에도 가성비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같은 가격이면 두툼한 책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월급쟁이 아저씨의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금세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토록 촘촘하고 꽉 찬 문장이 있을까 싶은 이 책은 어느 한 줄 허투루 읽을 수 없습니다. 페이지를 채우듯 의미 없이 쓰이는 글은 전혀 없이 오롯이 필요한 이야기로 채워져 천천히 여러 번 읽어내야 하는 글입니다. 물론 번역본이기에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원문의 뉘앙스와 문장의 미적 가치를 아쉬워하며, 이 책이 우리나라 작가를 통해 쓰였다면 더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은 한 소녀가 잠시 맡겨진 동안의 일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과연 아이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 듯 우리에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낳은 사람이 부모인지, 키운 사람이 부모인지에 대해 극단적인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가족 간에 필요한 관심과 애정의 중요도를 깨닫고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듯, 아이도 나를 키워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부모와 자식은 서로 사랑해야 할 수밖에요. 그런 점에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떠오르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아이와 대리 양육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제 아이를 키우던 때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너무 작고 귀엽던, 때론 말썽을 피우지만 이내 너무도 사랑스러운 존재인 아이, 언제나 품에 안고 어디든 돌아다녔던 어린 시절의 아이. 저 역시 다리 위에 아이를 앉히고 간식을 먹이며 끌어안고 있는 것을 좋아했기에, 어느 구절에서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의 끝에서 해석이 복잡한 문장을 다시금 곱씹다가 과연 그것이 중요한 일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저 가상의 아이가 행복하길 빌었습니다.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기에 부디 어느 곳에서도 불행한 아이가 없길 바라며, 책의 내용을 압축한 한마디를 모든 부모에게 전합니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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