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이해해 줄까?

있잖아, 히카루 너라면 이해해 줄까?

by HaJae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 보여서 다행이야 히카루.

여기는 매일 숨이 막힐 듯한 더위가 이어져.

내 몸에도 이슬처럼 땀이 맺히고 있어. 문득 너 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써.


갑작스러워서 놀랐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너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어.

있잖아, 히카루 나는 가끔 기도해.
내 안의 모든 걸 불태워 없애면서, 하늘에 내 마음을 전해.

히카루의 여행이 평안하길, 보고 싶은 걸 보고, 듣고 싶은 걸 들으며, 그저 건강하길.

내가 직접 곁에 가지 못해도 이렇게라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말이야.


있잖아, 히카루 혹시라도 내가 떠난다 해도, 네 옆을 지켜주는 그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

사람은 누구나 태양 아래 그림자를 만들고 살아가잖아.
하지만 나는 그 그림자를 숨기려 해.

내 그림자는 가끔은 먼지 같고, 가끔은 오물 같고, 어쩔 땐 악취 같기도 해.
내 그림자는 눈이 오면 얼어붙고, 비가 오면 허우적거려.
누가 그런 그림자를 좋아하겠어.


그래서 나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고,

세상이 말하는 ‘혐오가 혐오를 낳는다’는 말이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져.
모두가 아닌 척하지만, 우리 안에는 그런 마음이 있는 걸 알잖아.


먼지는 쓸어내면 되고 오물은 닦아내면 되고
악취는 씻어내거나 향기로 덮으면 되는데
그림자는 어둠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지워지지 않는 거 같아.


있잖아 히카루, 나는 어쩌면 그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는 건지도 몰라.

이런 얘기, 좀 멍청한 소설 속 이야기 같지?


나를 제물로 삼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해.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그렇게 몰렸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기에.


있잖아, 히카루 죽음을 택하기보다 죽임을 택한 사람,

결국 스스로를 부정하며 도망친 사람.

나도 그 마음을 조금은 아는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복잡하고 뒤엉킨 마음을 편지로 전하려는 거야.


있잖아, 히카루, 너라면 이런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까?

미안해. 갑자기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하다니

여행으로도 벅찰 텐데 나까지 짐이 되는 거 같네..


여전히 더운 날들이 이어질 테니,
몸도 마음도 시원히 쉬었으면 좋겠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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