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열어보는 너에게

힘들어하는 너에게

by HaJae

안녕, 또다시 이렇게 먼 곳까지 네가 써준 편지가 닿았어.

나는 지금 아주 오래된 벽돌 건물 옥상에 앉아 있어. 좀 더 가까이 하늘을 보기 위해서.

태양은 기울었고, 바람은 무언가를 싣고 오고 있어. 먼 데서 온 이야기일까,

아니면 나조차 아직 꺼내지 않은 내 안의 고백일까.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날이 기억나.
그날, 나는 분명히 무서웠어. 네 말대로, 손이 저릴 만큼 떨렸고 발걸음은 자꾸 제자리로 돌아가려 했어.
하지만 네가 그때 내 어깨를 툭 건드렸지. 아무 말도 없이. 마치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이.


그 순간, 난 정말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꼈어.

그래서 말했지. “돌아올 곳이 필요할까 봐.”

이제는 너에게도 말할 수 있어. 그건 ‘어디’가 아니라 ‘누구’였다고.


돌아올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라, 나를 반겨주는 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그래도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해. 내가 너무 멀리 가버리면 어쩌나.
내가 사라지고 싶은 어느 날, 정말로 사라져 버리면 내 사람들이 많이 아플까 하고.


하지만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나는 지금이 좋다고 해도, 모두를 잊지는 않을 거야.
내가 아주 먼 곳에 있어도, 가끔씩은 여전히 모두를 생각하면서 신발끈을 고쳐 맬 테니까.


쉬고 싶다고 했지? 그런데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했지.
나는 도망치려다 도망치지 못했고, 쉬려다 떠난 사람이야.

마음을 붙잡고 있는 건, 결국 마음 그 자체야. 그게 참 아이러니하지?


스스로를 모순이라 말했지만 나는 그 모순 나쁘다고 생각 안 해.
흔들려도, 망설여도, 너는 항상 진심이니까.

봐 내가 오늘 쉬기로 한 이유는 단지 걷기 위해서야.

머무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너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


꼭 멈추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걷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으면, 그건 쉼이 될 수 있으니까.

내가 오늘 그런 하루를 만들었듯이 너도 언젠가 그렇게 쉬어줬으면 해.

히카루로부터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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