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아들아, 기억나니?
엄마가 너의 유모차에 먼저 올라타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너를 바라보며,
우리는 장난기가 발동했었지.
너보다 더 개구쟁이 같은 얼굴을 하고 아이처럼 깔깔 웃었단다.
엄마랑 단둘이 있을 때의 웃음도 참 좋았지만,
그 웃음 사이에 네가 태어났고,
그 웃음 사이로 우리가 함께 놀 수 있게 됐고,
아빠는 그게 너무, 너무나 기뻤단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우리 사이에 한 명 더 생긴 거니까.
열심히 달려오고 있는 너를 향해
엄마랑 내가 짓궂게 앞질러 달려갈 때,
삐진 듯 머쓱해하며 신발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발라당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던 너.
그때 너를 안아 달래주며
우리가 얼마나 해맑게 웃었는지 기억나니?
도리어 아빠가, 엄마가, 너에게 참 고마웠어.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웃음을 선물해 준 너에게.
그러니까, 아들아. 아빠가 없어도 엄마를 웃게 해 주렴.
가끔은 아빠 얘기도 꺼내주고 말이지.
잘 부탁한다, 아들.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언젠가 알게 될 거야.
Photo by. picor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