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에게 이상한 습관이 생겼어

있잖아, 히카루 이대로 괜찮은 걸까?

by HaJae

있잖아, 히카루. 요즘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겼어.


줄어들지 않는 약들을 화분에 심는 거야.

사실 버리는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었지만, 어쩌면 이 모든 약을 한꺼번에 삼켜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한 나름의 해답이었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이상한 방법이랄까.
그런데 한편으론, ‘저걸 다 먹으면 내 간과 위가 망가지고, 결국 고통스럽게 죽겠지’ 그런 반대되는 생각도 오갔어.


쌓여가는 약 봉투를 볼 때마다, 죽을 용기는 없으면서도 반항하듯 한꺼번에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어.

결과는 기대와 달리 특별하지 않았어.

그저 배만 더 부른 기분뿐이었어.


있잖아, 히카루. 어느 날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더라.


“우리는 술 없이는 대화가 안 되는 걸까?”


나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어.


“네 주변엔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없고,

깊은 대화를 나눌 만큼 여러 주제를 꺼내는 사람도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지금도 나에게 연락해 술 마시자고 하는 친구들.

그런데 몸이 아파서 나갈 수 없는 나.

나는 아픈 사람이지만,

동시에 이 사회에 물든 사람이기도 한 걸까?


있잖아, 히카루. 어쩌면 나는 매트릭스를 찾아 헤매듯, 그 해답을 화분에 약을 심는 행위에서 찾으려 했는지도 몰라.


나는 식물을 좋아하던 걸까? 아니면 키우고 싶지만 자신이 없는 나를 그렇게 투영한 걸까?


내가 해온 모든 일들, 만난 모든 사람들 대신, 자연을 길러야 하는 걸까? 내가 쓴 만큼 내가 갚아야 하는 건 그런 일일까? 나는 그러기 위해 태어난 걸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머릿속이 까맣게 변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급하게 화분의 흙을 파헤쳤어.

흙 묻은 약들을 털어내서, 결국 입 안에 털어 넣었어.


그리고 깨달았어.
아, 결국 내가 화분이었구나.
이 모든 고통과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나였던 거야.

… 더 이상은 모르겠어, 히카루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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