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잃지 않도록, 계속 편지로 옆을 걸을게.
네가 말해준 그 습관을 읽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어.
화분에 약을 심는다는 건, 단순한 버림이 아니었지.
그건 분명 네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찾아낸, 조금은 기묘하지만 간절한 방법이었을 거야.
나는 그 장면을 떠올렸어.
작은 흙 위에 눌러 심어지는 알약들.
누구도 모르는 씨앗처럼 파묻히지만, 그건 사실 죽음의 씨앗이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같았어.
네가 말한 충동, 그리고 그 반항적인 마음 나는 부정하지 않을게.
그건 네가 약해서가 아니라,
살아내는 게 너무 고단했기 때문에 생긴 그림자 같은 마음이니까.
그리고 그게 흙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는 건,
네가 아직 스스로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야.
네가 말한 대로, 결국 깨달았지.
화분은 흙이 아니라, 바로 네 자신이었단 걸.
고통과 고민을 품고, 꺼내어 다시 삼키며 살아내는 존재가 너였어.
친구의 질문도, 나는 마음에 남아.
“술 없이는 대화가 안 되는 걸까?”
너의 대답은 차갑지 않았어. 오히려 너무 명확했지.
주제를 던지는 사람, 깊이를 함께 헤아릴 사람이 없으니 술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네가 술 대신 이 편지를 쓰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나에게 흘려보내는 이 말들이,
너에게는 어쩌면 술잔보다 훨씬 더 진실한 도피처일지도 몰라.
있잖아, 네가 “나는 결국 화분이었구나”라고 말했을 때
나는 오히려 안도했어.
화분은 죽은 것이 아니라, 언제든 무언가를 길러낼 수 있는 그릇이잖아.
지금은 고통을 담고 있다 해도, 언젠가는 그 안에서 다른 씨앗도 자라날 수 있어.
네가 그걸 믿지 않아도, 나는 믿을게.
네가 말한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아.
“...더 이상은 모르겠다, 히카루.”
괜찮아. 지금 모른다고 해서 영원히 모르는 건 아니야.
지금은 단지,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을 뿐이야.
나는 네가 잃지 않도록, 계속 편지로 옆을 걸을게.
히카루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