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

거긴 지금 어떤 하늘이야?.

by HaJae

히카루, 거긴 지금 어떤 하늘이야?


여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하늘님이 지겹도록 내려다보고 있어. 아침엔 조금 웃는가 싶다가도 오후엔 금세 울음을 터뜨리고, 밤이 되면 까맣게 닫혀버려. 마치 내 마음 같아. 내가 조금 편안해졌다 싶으면 곧장

다시 흔들리고,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듯 무너져버려.


그때 이야기했던 화분을 떠올려. 혹시 하늘에게도 그런 화분을 선물하면 조금은 차분해질까?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살을 나눠주면, 하늘도 더 이상 이렇게 변덕스럽지 않을까. 멍청한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상상을 해. 왜냐하면, 이 변덕스러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끔은 생각해.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하고. 네가 내 편지를 읽는 동안만큼은

내가 조금은 살아있는 것 같아. 하지만 혹시 어느 날, 아무도 답장을 보내주지 않는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덕스러운 하늘에게라도 편지를 띄워야 할까. 그러면 하늘이 내 편지를 받아주고, 잠시라도 비를

멈춰줄까.


있잖아, 히카루. 사실 요즘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증상은 몸보다 마음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 무서울 만큼 낯설어져.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어떤 날은 내가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지고, 또 어떤 날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속에서 날 조종하는 것만 같아. 그런 순간에는 내가 얼마나 집착하는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어.


그런데도 이렇게 네게 글을 쓰면 조금은 달라. 이상하게도 일기장에 쓰는 글보다 훨씬 더 진짜 같아.

우편함 앞에서 너의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은, 그래도 하루를 버틸 이유가 생겨.

작은 종이봉투가 내게는 온 세상을 버틸 만큼 무겁고도 가벼운 무게야.


내 화분을 보면 요즘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어. 씨앗들이 너무 많아. 뿌리내릴 자리도 없는데 끝없이 싹을

틔우려 해. 서로 얽히고, 엉켜서 결국은 숨 막히게 만들어. 나도 그래. 내 마음 안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뿌리를 내릴 자리를 다 차지해 버려서, 이제는 아무리 햇빛을 쬐어도 숨이 트이지 않아.


나는 그냥 행복하고 싶어. 단순히,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 그런데 왜 이렇게 되질 않을까.

왜 나는 늘 이렇게 변덕스럽게 흔들리다 무너져버리는 걸까.


있잖아, 히카루 이런 나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어? 네가 아픈 것처럼 느껴져? 힘들어 보여? 아니면 그저

멀리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뿐일까. 나는 두렵지만, 그래도 알아야만 할 것 같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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