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열어보는 너에게

나는 그 과정을 끝까지 옆에서 지켜볼 거야.

by HaJae

기억하지.

네가 일기 대신 나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던 날을.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어 네 마음이 종이에 닿는 순간,
그건 이미 혼자가 아니라는 거라고.


네가 누군지, 어떤 감정 속에 있는지, 뭘 원하는지
당장 또렷하게 알지 못해도 괜찮아.
글을 쓰는 건 대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네 안에서 오래 묵힌 질문을 겉으로 꺼내는 일이니까.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을, 네가 허락하는 한 끝까지 들어줄 수 있으니까.

너는 물었지.


“나는 아픈 걸까? 예전부터 쭉?”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알아.

아픈 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야.
그건 단지, 네 몸과 마음이 오래도록
너를 지키려고 애써왔다는 뜻일 수도 있어.


그리고 너는 잘 숨겼다고 했지. 그건 네가 강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보이기보다 스스로 감당하려고 했기 때문이야.
그건 참 무거운 방식의 강함이야.


네 편지가 어색하진 않을까, 맞춤법은 맞을까,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결국 끝까지 쓰는 네가 이상하다고?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건 네가 네 마음을 대하는 태도야.
조심스럽고, 다치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


그게 너야.

비우는 게 쉽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네 편지에서 조금씩 비워지고 있는 너를 본다?
다 토해내듯 쓸 때도, 예기치 않게 부드러운 문장이 나올 때도,
그게 다 네 안에서 흘러나온 진짜 마음이니까.


파란색을 아느냐고 물었지. 단순한 색이 아니라, 그 자체를.
나는 알아.


끝없이 멀리 가지만, 결코 닿지 않는 하늘 같은 색.
물속 깊은 데 있으면서도, 빛을 버리지 않는 바다 같은 색.
그건... 너의 마음에 가장 가까운 색일지도 몰라.


네가 필요시 약을 챙겨 먹고, 그저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네가 약해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그건 하루를 견디기 위해 네가 스스로 내린 용기 있는 선택이야.

네가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이렇게 대답할게.


네가 지금 여기서 나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면,
그건 이미 괜찮아지고 있는 과정 위에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끝까지 옆에서 지켜볼 거야.
내일도, 내일모레도, 네가 원한다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더운 날의 무거운 공기를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다.


그러니 오늘 밤만큼은, 네가 그 파란색 속에 잠길 수 있기를 바란다.
숨이 닿는 만큼만 깊이, 그리고 내일은 조금 더 가볍게.


히카루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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