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by HaJae
"하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이름이었다. 내가 어릴 적 읽었던 그 만화책. 내가 꿈을 꾸게 만들었던,

그리고 지금의 나를 이렇게 만든 그 이야기. 너무나 반가웠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만화책을 집어 들었다. 오래된 종이의 질감이 손끝으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먼지를 털어내자 빛바랜 표지가 드러났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 만화책은 분명 내가 완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이야기인데... 표지에는 분명히 '완결'이라고 쓰여 있었다.


오래전 잊고 지냈던 두 단어, '내일' 그리고 '하제'. 그 단어들이 불러온 감정들이 물밀듯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나는 책을 든 채로 한동안 서 있었다. 어릴 적의 내가 그랬듯, 이 만화책 속의 '하제'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을까. 아니면 결국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을까.


알 수 없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이 책을 사야 한다고, 아니, 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었다.

텅 비었던 내 마음을 다시 채워줄 마지막 희망. 그게 이 책이라고 믿고 싶었다.


계산대 앞에 섰다. 그런데 내 앞에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아니, 어쩌면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소녀였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 그 소녀의 손에는, 나와 똑같은 만화책이 들려 있었다.


나는 멍하니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맑고 투명한 눈동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입술. 소녀의 모습은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만화책 속의 '하제'와 너무나도 똑같았다.

아니, 똑같았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치 만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나는 헛숨을 들이켰다. '이게 꿈인가? 아니면 환각인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소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만화책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나도 모르게 내 손에 들려있던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소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옅은 미소가 더 깊어졌다. 그리고 그 입술이 움직였다.


"똑같은 책을 고르셨네요."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혼란, 그리고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황급히 만화책을 다시 들고 계산을 마친 뒤 자리를 뜨려 했다. 소녀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서점을 나서자마자 걸음을 재촉했다.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야만 했다. 기묘한 기운이 나를 옥죄는 것

같아 숨 막혔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요!"


나는 멈춰 섰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뒤를 돌아보자, 그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내일을 믿나요?"


나는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책을 놓쳐버렸다. 책이 바닥에 떨어지며 얇은 먼지바람을 일으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뭐지, 방금 그 여자애는?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거지?

그리고 나한테 왜 저런 말을 한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머릿속은 온통 소녀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내일을 믿나요?' 그녀의 질문은

마치 내가 꽁꽁 숨겨두었던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았다. 나는 내일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믿으면 더 실망하게 될 테니까.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 하제. 잊고 지냈던 단어가 다시금 내 삶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는 혹시, 다시 시작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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