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쏟아지는 비는 그칠 새 모르고 내리고 있었다.
울창하던 나무들은 무너져 내리고,
나는 덩그러니 작은 뿌리와 흙덩이만을 안은 채
홀로 남아 물결에 떠밀려갔다.
끝없이 토해내던 빗발이 잦아들자,
하염없이 유영하던 물길도 차츰 고요해졌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곳은
또 다른 울창하고 한없이 광활한 낯선 공간이었다.
뿌리로 스며드는 물은 처음 맛보는,
갈라질 듯 서늘하고 이질적인 맛.
주변에는 다른 나무 하나 없이 나 홀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과연 나는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지금 이 순간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까?
아, 그립다.
태양의 뜨거움, 진흙의 따뜻함, 지렁이의 느릿함,
비와 매미, 그리고 여름의 더위까지.
여기도 숲이라 할 수 있나?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름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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