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똑한 엘리트들은 결정 앞에서 멈칫할까?

완벽주의라는 우아한 늪에서 빠져나와 실전으로 나아가는 법

by 브랜드 디렉터 한



비즈니스 씬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치며, 내 안에는 사람을 판단하는 아주 견고하고 서늘한 기준 하나가 생겼다.


나는 '실행'해 보지 않은 사람의 말은 결코 믿지 않는다.


아무리 학벌이 높고, 이력서에 적힌 스펙이 화려하며, 청산유수처럼 논리적인 말을 쏟아내도 마찬가지다. 손에 흙을 묻혀가며 직접 부딪혀본 사람의 투박한 한마디가, 책상머리에서 완성된 백 마디의 유려한 설명보다 훨씬 더 무겁고 강력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다.







1. 똑똑함이 때로는 거대한 장벽이 될 때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훌륭했다.

트렌드를 꿰뚫고 있었고, 리스크를 분석하는 시야는 날카로웠으며, 준비된 프레젠테이션은 시각적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정작 선택의 순간이 오면, 회의실은 기묘한 침묵에 빠지곤 했다.

저마다 논리적인 근거를 대며 장단점을 '설명'하기 바빴지만, 정작 "제가 책임지고 이 방향으로 밀어붙이겠습니다"라고 나서는 사람은 드물었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이것이 결코 그들이 무능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들이 너무 똑똑하고 많은 것을 보기 때문에 멈칫하는 것이었다.

학습된 능력치로 무장한 엘리트일수록, 실패에 대한 공포를 타인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느낀다. 자신의 완벽한 논리에 오점이 생기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에, 리스크가 0%로 수렴할 때까지 끊임없이 분석만 하며 실행을 유예하게 되는 것이다.




2. 완벽주의는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우리는 종종 '완벽주의'를 칭찬의 표현으로 쓰지만, 실전 비즈니스 필드에서 지나친 완벽주의는 종종 우아한 늪이 된다.


세상에 100% 완벽한 기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비즈니스는 실험실이 아니라, 변수가 난무하는 실전이다.

타이틈을 놓친 완벽한 기획보다, 70%의 확신만으로 일단 버튼을 누르고 시장의 반응을 보며 궤도를 수정하는 거칠고 빠른 기획이 언제나 승리한다. 멈칫하고 있는 그들을 무시하거나 탓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들이 가진 그 훌륭한 지능과 분석력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뒤에 숨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완벽주의라는 멋진 옷을 입고 있지만, 본질은 결국 '다치고 싶지 않다'는 인간 본연의 두려움임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3. 진짜 실력은 '선택이 남긴 흉터'에서 자란다

그 두려움을 깨는 유일한 방법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첫걸음을 떼보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참담한 실패로 끝날지라도, 내가 직접 내린 결정으로 인해 처절하게 깨지고 수습해 본 경험만이 진짜 내 안의 근육으로 남는다. 겪어보지 않은 자의 매끄러운 말에 울림이 없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이 치열한 '선택의 흉터'가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백지 위에서 0부터 다시 판을 짜고 있는 지금, 나는 다짐한다. 비평가처럼 뒤에 숨어 우아하게 정답만 논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겠다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실행하지 않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 기꺼이 총대를 메고 버튼을 누르는 사람으로 이 척박한 실전을 돌파하겠다고 말이다.


당신의 주변에는 똑똑한 분석가가 많은가, 아니면 상처투성이의 실행가가 많은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가.

만약 완벽주의라는 늪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용기 내어 투박한 첫발을 내디뎌 보시길 권한다.

진짜 성장은 그 첫걸음 뒤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Editor's Note) [독자 여러분의 '진짜 고민'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조직에서 '실행'과 '분석' 사이의 딜레마를 마주한 적이 있으신가요? 평소 업무를 하며 풀리지 않았던 답답함이나 고민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인사이트로 다음 연재에서 시원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글. 브랜드 기획자 한희남

매거진의 이전글명함이 사라진 실전에서 배운, 진짜 사업가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