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이라는 섬에 고립되다

움직이지 못한 건, 내 마음이 먼저였다

by 다락방지기


비가 오던 날, 나는 휠체어에 앉은 채

병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건 내 몸보다 먼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병실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그 조용함은 어느새 나를 가두는 벽이 되었다...




‘감각이 돌아오려나 봐.’


스탠딩 기립 장비에 고정된 채,

기계의 힘을 빌려 두 발을 땅에 딛고 서 있던 그날

감각이 없던 내 발끝이 살짝 떨리는 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빠와 나,

서로의 눈빛이 마주쳤다.


“딸, 발가락 한번 움직여봐. 움직여질 거야.”


아빠는 조심스레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 담긴 희망을 부정할 수는 없었기에


그날의 15분.

기계가 내 몸을 일으키고 있을 때,

나는 아빠의 마음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희망과 절망을 안고 서 있었다.


움직이지 못한 건

내 다리보다

내 마음이 먼저였다.




‘병실은 나를 살리는 곳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가두는 섬이었다.‘


수술 직후,

두꺼운 플라스틱 보호대를 입은 채

침대 위에서 밥을 먹고,

치료사 선생님이 병실로 찾아와

기본 스트레칭을 해주며

조심스레 재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내게 병실은

치유의 공간이 아니라

‘세상과 단절된 외딴섬’처럼 느껴졌다.




‘감각이 없는 다리, 그리고 무너져가는 나’


처음엔 내 다리를 자꾸만 만져봤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감각이 돌아오는 건 아닌지.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다리를 보지도 않았다.

보는 것조차 아팠기 때문에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

손을 뻗기도 힘든 몸

누워 있는 내게 놓인 보호대는

내 몸을 지켜주는 장비가 아니라

나를 감싸고 있는 마음의 벽처럼 느껴졌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나는 어느 지점까지 나를 포기해야 하나

혼란 속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한 햇살 한 줄기’


어느 날, 간호사가 병실 커튼을 걷으며 말했다.


“오늘 햇살, 참 좋네요.”

그 한마디에

나는 처음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지만

세상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고,

그 안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눈이 아닌 마음으로 창밖을 봤다.

고립된 이 병실에도

언젠가 시간이 다시 흐를 거라고

아주 작게, 아주 조용히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이 병실의 벽보다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눈물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날들이었고

움직이지 못하는 몸보다 더 멈춰 있었던 마음이었지만,

그날의 햇살 한 줄기는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넌 지금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건

다시 걸어갈 수 있다는 뜻이야.”




그렇게 나는 아주 천천히,

감정의 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창밖에 쏟아지던 햇살처럼,

내 안에도 아주 작고 따뜻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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