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해 둔 선 위에

On the Line We Said Wasn't There

by 김태규

없다 해 둔 선 위에

On the Line We Said Wasn't There


ㅡ 김태규


우리 엮이지 말자

있다는 게

문제인 사이


이유는 세우지 말자

증거도 남기지 말자

기억이 편해지지 않도록


계획은 없었는데

같은 물가에 서 있었다


걸음을 맞춘 적 없는데

물은 우리 발을 같이 적셨다


선을 긋는 쪽이

항상 먼저 비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잡지 않았다

떨어질까 봐도

붙들지 않았다


내 안에 징검다리 하나

소리 없이 놓여 있었다


다리 하나

있었을 뿐이다


건너편은

없었다


없다 해 둔 선 위에

자꾸

발이 모이고 있었다



[작가의 말]


존재가 문제 되는 관계가 있습니다. 없으면 편했을 사이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복잡해지는 순간을 붙들었습니다.


선을 긋겠다는 말과 그 위에 서 있는 발의 모순을 함께 두고 싶었습니다. 잡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같은 물을 밟고 있는 상태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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