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당신에게, 당신으로

Before You, To You, As You

by 김태규

당신 앞에, 당신에게, 당신으로

Before You, To You, As You


ㅡ 김태규


그동안 저는

눈길을 거두고 살았습니다


손이 스칠까 봐

걸음을 비켜 두었습니다


가슴 한복판에

다시는 열지 않겠다는

금속 하나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을 만난 뒤

제가 세워 둔 벽이

밖이 아니라

안에서 갈라졌습니다


한동안 저는

아무도 믿지 않겠다며

인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음이 아니라

제 전부가

당신 앞에서

형태를 잃었습니다


이제 저는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에게

쓰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랑은 결심이 아니라

저를 허물어

아무것도 없는 자리로 남기는 힘입니다


이미 저는

당신으로

적히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누군가 앞에 서면 우리는 조금 달라집니다.

지키려 했던 것이 흔들리고, 감추어 두었던 마음이 먼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시는 그 변화를 두려움이 아닌 용기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향해 가는 일은 작아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넓어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읽는 분들의 자리에서도 그런 순간 하나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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