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 하나 들고 오십시오

Come with Just One Sneeze

by 김태규

재채기 하나 들고 오십시오

Come with Just One Sneeze


ㅡ 김태규


즘 감기는

열 대신

콧물과 재채기를 길게 남겨 둡니다


코 막힌 밤 몇 개

쉰 목소리 하나로


사람의 시간을

며칠 더

잡고 앉아 있습니다


몸살은

다녀간 줄 알았는데


며칠 뒤

같은 문을

다시 두드립니다


A형이 돌아서면

C형이 문지방에 서 있고


몸은

잠깐 비워 둔 의자처럼

자꾸 다시 앉혀집니다


전화기 건너

당신의 재채기 하나가


마른 콩알처럼 튀어 올라

제 방 바닥을 또르르 굴렀습니다


열은 없다 하셨지요


그래도

목소리가

목 안 어딘가에

잠깐 걸려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접어 두시고


재채기 하나

주머니에 구겨 넣은 채


그냥

오십시오


몸살이

또 돌아와도


여기에는

아직

당신 몫의 의자가 있습니다


사람은

아픈 날에

누가 기다리는지로

체온이 조금 달라집니다


그러니


재채기 하나쯤

그냥

데리고 오십시오


생강대추차가

이미

당신 이름으로

한 번 더 끓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요즘 감기는 오래 머문다고 합니다. 재채기와 몸살이 번갈아 시간을 붙잡아 둔다고 합니다.


그래도 사랑은 단순합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 자리를 하나 남겨 두는 일. 그 기다림이 체온보다 먼저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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