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자랑 한 됫박

A Bowlful of Tiny Brags

by 김태규

깨알자랑 한 됫박

A Bowlful of Tiny Brags


ㅡ 김태규


오늘 깨알자랑 하나 하려고

사람을 잠시 세어 봅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 보니

구독자가 어느덧 천오백을 바라보고

이번 글은 백 번째라 합니다


이쯤이면

깨알자랑 하나씩 꺼내 놓아도

흉보지 않을 것 같아서


먼저

내 새벽을 깨워 준 친구 시인


그가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알람과 실랑이 중일 겁니다


막걸리 잔 앞에서

내 어설픈 글을

괜히 근사한 표정으로 들어 주던

동네 아줌마들


그분들은

글보다 사람을 먼저 읽는

독자였습니다


문예지 한 권을 툭 건네며

이 길도 걸어 보라던

선배 문인들


덕분에

내 이름도

활자 위에 잠깐

앉아 본 적이 있습니다


세월을 오래 끓인 옛 동창 친구들

기억 속 아버지 모습처럼

말 한마디 없어도

시간이 편안해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제자들 대화방에 슬쩍 들어가

대화 흐름도 모르고

시 한 편 불쑥 올려 놓는 나라는 사람


아마 분위기를

잠깐 흔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교수님 또 시작이네

하고 웃음 하나 두고 갔을 겁니다


그리고

얼굴은 모르지만

왠지 대화를 나눈 듯 정겨운

브런치 독자분들


이른 시간에도 읽어 주시고

라이킷 하나 살며시 놓고 가시고

어떤 날은 새벽보다 먼저

댓글을 남겨 주십니다


어디선가 드러내지 않은 채

내 글을 읽고

그래도 괜찮네

속으로 고개 한 번 끄덕이며

조용히 응원하고 있을

내 편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깨알자랑을 조금 더

핑크빛으로 적어도 되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내 편에 서서 조용히

응원을 보내 주는 가족들


그 사람들이

아마

내 글의 가장 오래된

독자일 겁니다


사람을 가만히 세다 보니

내 자랑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 모아 보니

작은 한 됫박쯤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 보면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구독자 수와 하트의 숫자 같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늘 사람이 있습니다. 새벽을 깨워 준 친구, 적당히 내려놓고 만나는 동네 지인들, 길을 열어 준 선배 문인, 세월을 함께 건너온 친구들, 엉뚱한 순간에도 웃어 줄 제자들, 이름도 모르지만 따뜻한 흔적을 남겨 주는 독자들, 그리고 어디선가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있을 소중한 인연들, 언제나 변함없이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가족들까지.

그래서 오늘의 깨알자랑은 결국 사람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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