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보다 크게

Bigger Than the Pacific

by 김태규

태평양보다 크게

Bigger Than the Pacific


ㅡ 김태규


미국에 사는 우리 손자


여섯 살


얼마 전까진

깨발랄 톡톡 튀더니


요즘은

콩발랄


통통 튀며

할아버지 할머니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한동안

공룡을 줄 세워 놓고

스파이더맨을 날리더니


요즘은

변신 로봇 하나 들고


팔을 접었다 펴고

다리를 돌렸다 펴며


화면 가득

자랑이

축구공보다 크게

퉁퉁 튄다


저 작은 몸 어디에

저렇게 많은 웃음이

들어 있는지


내 아들도

그 나이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웃음 주머니를


똑같이

열었다

닫았지


세월은

같은 재롱을

다시 켜 놓는다


다만 이번에는

태평양 하나가

사이에 놓였을 뿐


그래서 우리는

핸드폰 작은 화면 앞에

나란히 앉아


네모난 창 안으로

손자 얼굴이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린다


“할아버지!”


그 한 번이면

집 안이 환해지고


“할머니!”


한 번 더 부르면

하루가 웃는다


짧은 페이스톡 몇 분


그 몇 분이


태평양보다 크게


우리 집을

뛰어다닌다



[작가의 말]


아이의 관심사는 계절처럼 금세 바뀝니다. 공룡과 영웅을 지나 이제는 변신 로봇입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손자가 웃으며 자랑하는 순간, 그 웃음이 집 안으로 건너온다는 사실입니다.


작은 화면 속 몇 분이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는 시간을 떠올리며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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