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크리스마스

Flu on Christmas

by 김태규

독감과 크리스마스

Flu on Christmas


ㅡ 김태규


트리는 켜졌는데

몸은 불을 끄지 못했다


카드 대신

약 봉지가 놓였고

종소리는

유리 너머에서만 울렸다


열은

축제보다 성실했고

시간은

캐럴을 건너뛰었다


약을 삼키며

나는

너의 안부보다

체온을 먼저 셌다


모두가

사랑을 포장할 때

나는

이 하루를

침대에 눕혀 두었다


크리스마스는

기다림의 날이라지만

오늘의 기다림은

회복 쪽에 가까웠다


밤이 지나고

트리는 그대로였으나

아픈 쪽의 마음만

하루 늦게

새해로 넘어갔다



[작가의 말]


축제의 한가운데서도 몸은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건넙니다. 크리스마스의 밝음과 독감의 어두움이 겹친 하루를 통해, 모두가 같은 날짜를 살고 있어도 서로 다른 리듬으로 지나간다는 사실을 조용히 남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