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고 피는 것들

Things That Bloom Without Crying

by 김태규

울지 않고 피는 것들

Things That Bloom Without Crying


ㅡ 김태규


민통선 이른


철책 너머

비어 둔 자리에

연한 기색이 솟는다


누가 남겼는지

묻지 않는 땅


생강나무는

노란 빛을

가지 끝에 묶어 두고


산개구리는

흙 속에서

물기 어린 떨림을 끌어 올린다


밤이 깊어지면

사향노루가 스쳐 간 자리마다

풀잎이 낮게 흔들린다


발자국이 끊긴 위에

다른 시간이 자란다


터지지 못한 것들은

다른 틈으로 열리고


불리지 않아도

제 이름을 지닌 채


여기서는

울지 않고도

꽃이 된다



[작가의 말]


오늘은 춘분입니다.


철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의 왕래는 멎었지만


계절은 멎지 않았습니다.


닿지 못하는 자리일수록

더 선명하게 이어지는 것들


그곳에서

이름을 잃지 않는 생명을

잠시 붙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