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의 무너지지 않은 다리

The Bridge That Remains

by 김태규

아비뇽의 무너지지 않은 다리

The Bridge That Remains


ㅡ 김태규


강은

넘어오라 부르지 않았다

흐르는 일만을 계속했다


돌은

끝을 향해 쌓이지 않았다

서로의 무게를 받아

여기서 멈추는 법을 택했다


중간이라는 말에는

패배의 냄새가 묻기 쉽지만

이곳의 아치들은

사라지지 않는 방법을

몸으로 증명했다


건너지 못한 날들이

강물에 씻겨 내려갈 때

남아 있는 것들은

기억의 높이를 얻었다


목적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의미가 남았다

사람은 지나가지 않고

발을 멈춘다


부서지지 않은 것은

돌이 아니라

욕심을 줄인 형태였다


완성을 향해 달리던 것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뒤에도

이 다리는

시간의 반대편에 서서

지속을 견뎌낸다


오늘도

생베네제 다리는

강을 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의 생각이

이 위를 건너간다



[작가의 말]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멈춤을 선택했기에 남을 수 있었던 구조를 통해, 삶이 도달이 아니라 지속으로 평가받을 수 있음을 전하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