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났을 뿐인데

by 김태규

깨어났을 뿐인데

Awake, Already Aside


ㅡ 김태규


눈을 떴을 뿐인데

나는 이미

세상의 한복판에서

한 발 비켜나 있었다


전날의 무게가

몸을 완전히 놓아주지 않아

오후에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방은 그대로였고

시간만 먼저 밖으로 나가 있었습니다


차가 지나가고

문이 닫히고

어디선가 웃음이 터졌지만

그 소리들은

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내가 쉬는 동안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삶은 늘 그렇듯

참석 여부를 묻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흐름 곁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밀려난 것도 아니고

불려온 것도 아닌

연결이 느슨해진 자리에서


중심은 계속 움직였고

가장자리는

한 박자 늦게 도착했습니다


오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나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고


남은 것은

내가 빠져 있었던 시간이 아니라

세상이

잠시

내 곁을 지나가 버렸다는

감각뿐이었습니다



[작가의 말]


이 시는 전날의 피로로 오후에 잠깐 잠들었다가 깨어난 순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짧은 잠 사이에도 세상은 멈추지 않았고

깨어난 저는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이미 한 박자 늦은 위치에 서 있었습니다

그 미세한 어긋남 속에서

삶이 항상 중심에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바라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