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타리처럼

Like an Oyster Mushroom

by 김태규

느타리처럼

Like an Oyster Mushroom


ㅡ 김태규


나는

위로는 가지 않는다


옆자리로 옮긴다

비어 있는 쪽으로

몸을 조금 옮길 뿐이다


나무가 오래 버텨

결국 내려놓은 자리

그늘이 남아 있는 곳

그곳이

내 하루다


묻는 시선이 있어도

굳이 반응하지 않는다

겹치지 않는 쪽이

서로 편하다는 걸

이미 겪어왔으니까


칼이 지나갈 때

나는 흩어지지 않는다

결이

천천히 풀릴 뿐이다


불 앞에서도

급해지지 않는다

형태는

남아야 할 만큼만 남는다


향으로 앞서지 않고

마음을 먼저 채우는 쪽

그 선택이

오늘을 무너지지 않게 한다


사람도

이쯤이면 좋겠다


더 차지하지 않고

비어 있는 쪽으로

몸을 옮기는 연습


나는 오늘도

나무의 옆에서

사람의 태도를

가만히 따라 해본다



[작가의 말]


높아지기보다 겹치지 않는 쪽으로 옮기는 선택이 하루를 지탱한다고 느꼈습니다. 드러나지 않아도 형태를 남기는 사람의 태도를 느타리의 소리로 이 시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