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독감 걸린 날

The Day You Had the Flu

by 김태규

네가 독감 걸린 날

The Day You Had the Flu


ㅡ 김태규


열을 재볼까


네 눈이

잠깐 흔들린다


떨어져 있어야 해

그 말이

방을 건너와

발 앞에 멈춘다


대답은 없다


몸은

이미 한 발

너 쪽에 남아 있다


조심은 여전한데

물러설 이유는

끝내 생기지 않는다


식탁 위의 약과 휴지

창가를 지나가는 오후

손은

계산 없이

같은 방향을 택한다


사랑은

병을 막지 못한다


하지만

하루가

그 자리에서

무너지게 두지도 않는다


우리가 믿은 건

면역이 아니라


아픈 날을

혼자 두지 않겠다는

디폴트



[작가의 말]


사랑으로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지는 끝내 따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혼자로 두지 않겠다는 태도가 하루를 차지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