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꿩이냐?

Are You a Pheasant

by 김태규

자기가 꿩이냐?

Are You a Pheasant


ㅡ 김태규


너는

덤불 쪽으로

몸을 낮췄다


급한 표정만 앞세워

이유를 늘어놓았다


머리는

가장 가까운 데로

처박혔고


뒤쪽은

아무 계산 없이

환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굳이 다가가지 않았다

이미 다 보였으니까


그때

이 한마디가

바닥에 떨어졌다


자기가 꿩이냐


머리만 넣으면

세상이 사라질 줄 알았나


대가리만 숨기면

끝난 줄 알았지


근데 말이야

꽁지는

생각도 못 했지


너는

잠깐 멈췄고


덤불은

아무 편도 들지 않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를 속이는 재주보다


어디까지 드러나 있는지를

더 오래 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


다급함은 늘 가까운 쪽으로 몸을 밀어 넣게 만듭니다.

하지만 사랑에서는 가려진 쪽보다 남아 있는 쪽이 더 크게 보이곤 합니다.

그 어긋남을 웃음 섞인 추궁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