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심하다

The Sky Is Unmoved

by 김태규

하늘은 무심하다

The Sky Is Unmoved


ㅡ 김태규


응급실 대기실에

의자가 늘어서 있다


아픈 이유는

제각각인데

전광판은

번호만 바꾼다


사정이 깊은 쪽을

고르지 않는다

불빛은

정해진 순서로만 깜빡인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조금 앞당겨 줘야 하지 않느냐고


전광판은

듣지 않는다

다음 숫자가 뜨고

누군가가 일어난다


밖에서는

눈이 내린다

급한 사람은

서둘러 지나가고

머물 사람은

그대로 맞는다


하늘은

이 장면에

의견이 없다


무심하다는 건

차갑다는 뜻이 아니라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걸

그제야

알아챈다


그래서

부탁을 접고

내 차례를

내 자세로 버틴다


하늘이 비워 둔 자리에는

사람이 해야 할 선택만

남아 있다



[작가의 말]


하늘의 무심함은 외면이 아니라 개입하지 않음에 가깝다는

도덕경의 천지불인(天地不仁) 사유를 떠올렸습니다.

그 빈자리에서 인간은 기대를 거두고

자기 몫의 선택과 책임을 다시 세우게 됩니다.

이 시는 그 마음이 옮겨 가는 순간을 적어 본 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