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Jagi

by 김태규

자기야

Jagi


ㅡ 김태규


그는

대화가 잘 굴러가다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불쑥

자기야를 꺼냈다


아무 뜻 없다는 얼굴로

아무 데나 두는 말처럼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왜 나를 그렇게 불러요


그는 잠깐

말끝을 고르며

그냥

나도 모르게


그냥이

제일 수상하다는 걸

그녀는 느꼈다


자기야는

가자도 말자도 아닌

지금 여기

괜찮은지

살짝 두드리는 소리


너라는 이름은

아직 밖에 있고

자기라는 말은

이미 신발을 벗었다


그래서 그녀는

넘기기도 하고

가끔은 되묻는다


내가

네 안에 들어가도 되는지

아니면

입구에서 부르는 연습인지


그는 다시

자기야를 불렀다

확인처럼

조심처럼


둘 사이에는

대답 대신

잠깐의 웃음이 지나고


관계는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은 채

조금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자기’라는 호칭이 친밀함을 드러내기보다 관계의 속도를 살피는 말처럼 쓰일 때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부름 앞에서 서로의 자리를 가늠하는 순간을 이 시에 담았습니다.

호칭의 번짓수가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