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를 빌려 쓰는 사이

Borrowed Lungs

by 김태규

폐를 빌려 쓰는 사이

Borrowed Lungs


ㅡ 김태규


사랑은

입을 맞추기 전에

이미

공기를 건넨다


깊이 들이마신 네가

멈추면


나는

그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다


네 어깨가 오를 때

내 갈비뼈 안쪽도

같이 조여들었다가

늦게 풀린다


우리는

한 몸이 아니라


한 공기를

번갈아 밀어 올리는 방식


속도가 어긋나면

가슴이 먼저

부딪친다


한 사람이

끝까지 다 써버리는 날


공기가

얇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에

다 밀어내지 않는다


조금 남겨 두고

조금 비워 두고


공간을

건넨다


그리고


한 사람이

기울면


다른 한 사람의 폐가

먼저가 아니라

조용히

넓어진다


그때


우리는


같은 높이로

선다



[작가의 말]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바라보았습니다.


오래 가는 관계는 크게 타오르는 순간보다, 번갈아 공기를 받치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빼앗지 않고 대신 넓어지는 자리, 그 물리적 균형을 붙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