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하지 마세요

Do Not Swear At All

by 김태규

맹세하지 마세요

Do Not Swear At All


ㅡ 김태규


아예

맹세하지 마세요


지금 이 표정으로

이 거리에서

그 말까지 꺼내시면

저는

물러납니다


약속도

굳은 얼굴도

오늘은

필요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무리 없는지만

보아 주세요


왜 그렇게까지

확인하고 싶으세요


당신이

고개를 숙일 때마다

확실하다는 태도가

제 앞에

버팀처럼

쌓입니다


저는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믿어 달라 해야 하느냐고


저는

대답 대신

식은 물을

한 모금 넘깁니다


이 침묵이

맹세보다

낫습니다


사랑은

증명으로 커지지 않습니다


하루를 끝낸 뒤에도

다음 날을

같이 견딜 수 있는지


그 정도면

이미

충분합니다


아예

맹세하지 마세요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지키는 사이가 아니라

버텨야 하는 자리로

옮겨갑니다


저는

그 방향을

택하지 않겠습니다


오늘도

옳으면 옳은 얼굴로

아니면 아닌 기색으로


그 상태라면

저는

여기

남아 있겠습니다



[작가의 말]


믿음을 증명하려는 순간

관계는 이미 긴장을 안고 움직입니다.

표현을 보태기보다

표현을 덜어 낸 자리에서

서로가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는지를

가만히 보고 싶었습니다.


마태복음

5장 33–3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