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바다

Ramen and the Sea

by 김태규

라면과 바다

Ramen and the Sea


ㅡ 김태규


집 앞이었다


가로등은

우리 얼굴을 반만 남겼다


너는

문 손잡이를 쥔 채

놓지 않았고


나는

주머니 속 차키만 만졌다


라면 먹고 갈까


그 말 뒤로

문턱이 얇아졌다


불을 켜면

돌아서기 어렵다


조금 열린

문만큼만 웃었다


들어가도

아무 일 없을 듯

서로를 믿는 척하며


며칠 뒤

지도 위에 점 하나


우리 바다 보러 갈까


멀어질수록

핑계는 넓어진다


파도는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


모래 위의 발자국


나란히 생겼다가

사라진다


지워질 걸 알면서

옆에 선 선택


끝까지 남는다


그 자리에

아직

서 있었다



[작가의 말]


사랑은 작은 제안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이야기는 바다에서 싸우지만,

우리는 라면 앞에서 망설입니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 곁에 서는 선택,

그 오래 남는 쪽을 적었습니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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