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후배 사이, 나는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직장 안에서 존재감이 사라질 때 퇴사를 떠올리는 이유

by 제드 Jed

회사라는 공간에서 사람은 사람보다 역할로 먼저 정의된다. 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호칭으로 시작되는 관계는 종종 관계가 아니라 구조로 변한다.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누군 가는 점점 사라진다.


나는 언제나 사이에 있었다.

위로는 기분이 까다로운 상사, 아래로는 감정에 솔직한 후배. 하나는 위선 눈치를, 다른 하나는 아랫사람의 자존심을 챙기느라 나 자신의 감정은 늘 미뤄두었다.


회의 중간에 나는 메신저로 자료를 정리하고,

후배가 실수하면 슬쩍 정리해 주고,

상사가 실수하면 말없이 수정해 올려놓았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무던했고, 유능해 보였다.

하지만 속에서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고 있었다.


윗사람에게는 투명, 아랫사람에게는 불편한


직장에서 파트장 (중간 연차)의 자리는 참 애매하다.

신입처럼 물어보기엔 민망하고,

팀장처럼 권한은 없고, 책임만 크다.


상사는 말없이 알아서 해주기 바라고,

후배는 존중받고 싶다며 선을 긋는다.

양쪽의 기대와 눈치 속에서

정작 나의 역할은 누구에게도 명확하지 않다.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감정


갈등이 커지는 순간은 다름 아닌 "이제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구나"라는 순간이다.


후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상사는 나의 성과를 당연하게 여긴다.

고마움은 없고, 실수는 즉각적인 지적으로 이어진다.


그제야 비로소 존재감 없이 존재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조직에서 내가 빠지면 과연 누가 알아차릴까?

혹시 아무도 모른 채, 그냥 회의가 돌아가진 않을까?


일 잘하는 사람이 왜 먼저 떠나는가


의외로 퇴사를 가장 먼저 고민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문제없이 일하고, 갈등도 넘기고, 실수도 스스로 수습해 온 사람. 조직은 그 사람을 오래 쓰고 싶지만,

그 사람은 오래 남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에서

자신이 애써야 할 이유를 더는 못 찾기 때문이다.


퇴사는 관계가 아닌 존재의 문제일 때


사람과의 갈등은 언제든 조율할 수 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의 자리가 비어있는 느낌은 누구도 채워주기 못한다.


회사 안에서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어떤 존재로 여겨졌는지가 중요하다.

그 갈등을 견디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외로워졌기 때문일 수 있다.


마무리하며,


회사는 여전히 잘 돌아간다.

내가 있어도, 없어도.


그 안에서 점점 목소리를 줄이고 빈자리를 채우느라 지친 당신에게 퇴사는 회피가 아니라 존재를 다시 인정받기 위한 출구가 될 수 있다.


퇴사를 말하기 전에 지금 나의 존재감부터 다시 점검해 보자. 그게 당신이 떠나야 할지, 남아야 할지의 기준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