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예비창업육성팀 인턴기 2편- 정규직 3년, 투자사 인턴으로
직접 경험해 보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또한 시간이나 노력을 투자한 만큼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특히 동창 프로그램의 경우 팀마다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적인 관점에서는 아주 효율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맞춤형 서포트를 제공했을 때 팀들의 반응이나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고, 스타트업 팀의 결과물도 더 좋았던 점을 고려하면,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더라도 최대한 개별적인 팀에 맞는 서포트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에 정답이 없듯, 액셀러레이팅 역시 마찬가지로 정답이 없는 분야입니다. 100% 확신을 가지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스타트업 팀들에게는 늘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회고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더 나은 안을 찾아 발전시켜 나갈 뿐이죠.
저 역시도 마젤란팀 내부적으로나 포트폴리오사에게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점들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을 하며 일을 해왔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어떻게 하면 팀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이 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팀들에 대해 아주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팀들과 미팅이 있을 때는 최대한 참석하고, 대표님들이나 해당 팀의 전담심사역님들과 자주 얘기하며 정보를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관성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조금의 디테일이라도 팀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더해 결과물에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제가 했던 업무들 중 몇 가지를 예시로 말씀드릴게요.
▶ 시장&산업 리서치
각 팀에 제공하는 시장&산업 리서치를 했을 때에는 최대한 팀의 주요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내용 위주로 구성하려 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실 법한 내용이나 뻔한 내용은 배제하고, 리서치 자료를 읽을 사람이 누구이며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어떤 포인트를 강조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특히 아직 ‘숫자’와 친하지 않은 분들이 있으셔서 마켓과 경쟁사 파트에서 그와 관련된 부분을 많이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 동창 위키(wiki)
또한 팀의 사업적, 실무적 현안에 맞추어 데일리로 아티클 & 리포트 큐레이션 자료를 드렸었는데요, 데일리로 드려야 하는 자료이다 보니 팀의 사업 방향에 작은 변화라도 생겼을 때 바로 해당 내용을 업무에 반영하기 위해 항상 눈과 귀를 열고 팀들의 현황을 파악하려 했습니다.
주로 트렌드나 경쟁사 동향과 같은 내용을 많이 드리려고 했고, 가끔은 소프트 스킬이나 조직 관리, 지표 등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긴 아티클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배움 1: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지식과 경험들
여러 스타트업의 투자를 검토하고 후속 지원을 하며 한층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회사들의 IR자료를 보고, 실제 투자가 집행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그 과정에서 제가 궁금해 했었던 ‘투자자들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가’, ‘투자한 회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지표를 어떤 방법으로 보는가’에 대한 관찰과 학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투자 프로세스와 약간 다른데요, 운이 좋게도 저는 동창 alumni팀의 후속 투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케이스입니다. 투심 과정을 전반적으로 서포트하면서, 투자사 내에서 어떤 과정들을 거쳐 투자를 진행하고 어떤 이야기가 오간 후에 투자를 받게 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 친절하신 블루포인트 모든 구성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굉장히 배우는 점이 많았습니다. 투자 업계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고, 축적된 지식과 경험들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셔서 이렇게 좋은 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배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회사에 들어오길 참 잘했다!’ 라고 느껴지는 지점이었습니다.
배움 2: 커뮤니케이션
또한 제가 마젤란팀에 있으면서 배웠던 인상적인 점은 바로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그 일환으로, 스타트업 팀들에게 나가는 모든 메시지들을 섬세하게 관리합니다.
마젤란팀은 친근하고 솔직하게 스타트업 팀들을 대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당연히 구조적인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서 ‘투자사에서 ~~말을 했다’라고 잘못 각인되면 한번 뱉은 말 한마디, 슬랙 메시지 한 개가 사실은 오해의 씨앗이 될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주의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말 한마디의 무게감이 큽니다. 예를 들어, 잘못된 방향을 제안했는데 스타트업 팀이 그 방향을 그대로 따른다면? 또는 만약 무언가에 대해 피드백을 드렸을 때 신뢰에 금이 간다면?
친근하면서 프로페셔널하면서 동시에 겸손할 수 있으려면,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느낌? (그런데 마젤란팀 심사역 분들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시더라구요)
배움 3: 투자자를 설득하는 방법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제가 보았던 스타트업 팀들이 서로 다른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산업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좀더 다양한 사례들을 넓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제 인턴 업무의 대미를 장식했던 ‘밋업데이(meet-up day)’를 거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는데요, 밋업데이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데모데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밋업데이 관련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동창 팀들은 밋업데이 IR을 준비하며 외부 투자사 심사위원 분들께 이 사업을 설명하고, 이 사업이 잘될 사업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논리를 더욱 뾰족하게 만들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이 더욱 구체화되고 팀을 더욱 매력적으로 셀링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됩니다.
저를 비롯한 마젤란팀 역시 스타트업 팀들이 스토리라인을 짜고 IR자료를 함께 만드는 과정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PPT 장표에 쓰이는 사진이나 단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고민하며 열정적으로 밋업데이를 함께 준비했습니다.
이 때 IR에 관련해서는 평일 밤과 주말까지 정말 시간을 꽉꽉 짜내서, 짧은 기간동안 압축적으로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Pitch Deck에서 이 사업의 매력적인 부분을 어떻게 더 다듬어서 잘 보이게 표현할지, 논리 구조를 어떻게 빈틈없게 짜는지, Q&A세션에서 어떤 질문을 받게 되고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들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느낀 점 1. 사고의 확장
다양한 산업군, 스타트업의 여러 스테이지에 대한 간접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보고 들은 사례가 많아져서인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에 제 머리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해결 방법의 범위가 훨씬 넓어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다 보니 다른 산업군에서 실행되었던 해결 방법들을 응용해 가지고 오는 등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들에 좀더 트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 스테이지에 있는 스타트업이 문제에 당면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스타트업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의 패턴들을 익힐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과거 초기 스타트업에서 사업개발을 했던 저의 모습을 자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 내가 스타트업을 다닐 때에는 이 생각을 못했을까?’ ‘왜 그 때는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회사나 그 산업군 내의 테두리 안에서만 할 수 있었던 범위인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더 넓은 시야로 봤을 때 또 다른 접근법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 때로 돌아간다면 좀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낀 점 2. 남을 돕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과 자기효능감
이 일이 즐겁고 중독적일 수 있는 이유는,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신뢰를 얻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현님이 주신 자료 보고 저희 사업 모델에 적용해 보았어요’, ‘감사해요,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덕분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등의 피드백을 받거나, 늦은 시간까지 함께 고생하며 준비한 지원 사업이 통과가 되었다거나 하는 등의 결실을 확인하게 될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성취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밋업데이 날, 모든 팀들이 다 놀라울 정도로 성장해 멋지게 발표를 하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제가 다 기쁘고 감동적이더라고요. 이 업을 잠시나마 경험하면서 저는 이 일에 대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제가 팀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자각은 엄청난 자기효능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저는 창업 경력이 있고, 나중에 창업을 다시 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얻은 지식이나 경험들을 나중에 제가 실제로 창업을 했을 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종종 구상을 하곤 하는데요.
사실 그런 관점에서 저도 창업자의 시각을 가지고 동창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데요,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보려고 해도 동창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동창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험난하고 외로운 스타트업 업계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든든한 빽(!)을 가지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팀 심사역님들께 “제가 만약에 창업하게 되면 동창 프로그램 지원하려고요!” 라고 농담조로 말하고는 합니다. 사실, 진짜로 가까이서 지켜보니 알면 알수록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은 진담을 섞어서 하는 이야기가 맞습니다ㅋㅋㅋ
(형평성의 문제도 있고, 다른 쟁쟁한 팀들이 많으실 테니 저를 굳이 안 뽑아주실 것 같기는 하지만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몇 개월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값진 경험을 많이 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