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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포인트 Aug 11. 2023

AI, 2차전지, 초전도체.. 이들의 공통점은 딥테크?

요즘 대세 ‘딥테크’에 찾아오는 기회


스타트업 생태계가 투자 혹한기를 맞으면서 스타트업은 물론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탈(VC)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땅한 투자처 없이 드라이파우더만 쌓여가고 있는 투자자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딥테크(Deep Tech)’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딥테크’를 언급해야 LP들이 펀드 출자에 관심을 보이거나 VC 심사역이 IR 행사에 참여한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블루포인트는 2014년 설립 이래 약 300곳에 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해왔는데요. 지난 10년간 많은 투자사들이 IT 서비스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블루포인트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딥테크 스타트업들을 발굴해왔습니다.


블루포인트 투자분야


우주 항공, 모빌리티, 산업용 하드웨어, 데이터 및 AI, 메디컬 디바이스, 클린테크, 로봇, 바이오&헬스케어 등 다양한 혁신 기술 스타트업에 균등하게 투자해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딥테크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한 정의가 뭘까요? 딥테크 스타트업은 테크 스타트업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딥테크에 대해 한 번 자세히 파헤쳐보겠습니다.



딥테크?


딥테크라는 용어는 온라인 투자 플랫폼 Propel(x)의 CEO인 Swati Chaturvedi가 2014년에 처음 언급했습니다. 심도 깊은 과학적 발견과 연구를 기반으로 산업과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술 스타트업군을 정의하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딥테크는 특정기술에 대한 연구성과나 특허를 보유하는 등 기술 난이도가 높아 모방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숙박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게임체인저이긴 하나 이미 존재하는 공유경제 개념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IT(정보기술)를 활용하여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딥테크로 분류되기는 어렵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분야를 살펴보면 딥테크는 과학/공학 기반 미래 첨단 기술로서 생명공학, 인공지능(AI), 로봇, 친환경에너지, 자율주행, 전기차, 우주항공, 양자컴퓨팅 등이 대표됩니다.


블루포인트 주요 포트폴리오


BCG 리포트에 따르면 딥테크는 비트(bit) 기반의 디지털 혁신에서 비트와 원자 기반의 물리적 디지털 혁신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약 83%가 물리적 제품을 설계 및 구현하고 있으며, 이들은 AI, 머신러닝, 고도의 연산기술 등을 활용해 물리학, 화학 및 생물학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위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지난 20년간 크게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비트는 또다른 원자 기반의 물리적 혁신과 결합하려고 합니다. AI, 머신러닝과 결합하려고 하는 자율주행차나 로봇을 예로 들 수 있겠구요. 최근에는 애플에서 발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꾼 애플이 이제는 비전 프로라는 디바이스와 3D 콘텐츠를 통해 ‘공간컴퓨팅’ 시대를 열려고 합니다.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된다면 또 한번 물리적 혁신 위에서 디지털 혁신의 물결이 일렁일지, 3D 시장에 과연 킬러앱이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정부의 딥테크 육성에 대한 야심


중소벤처기업부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딥테크 스타트업들을 집중 육성, 지원하고자 ‘스타트업 10대 초격차 분야’를 선정했습니다. 중기부는 올해 처음으로 270개를 선발해 민관 합동으로 3년간 총 3440억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연구개발자금, 사업화 자금을 합쳐 스타트업당 최대 17억원까지 지원한다고 하니 딥테크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포부가 엿보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 10대 초격차 분야>



글로벌 딥테크 스타트업 1위부터 10위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XPRIZE 재단’과 설립된지 무려 100년이 넘은 미국의 유명 VC이자 사모펀드인 ‘Bessemer Venture Partners’는 글로벌 딥테크 기업 비즈니스를 자체 분석하여 순위를 평가한 ‘XB100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XB100은 AI, 항공, 기후, 모빌리티, 생명공학, 양자, 로보틱스, 우주, 농업 총 9개의 딥테크 섹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글로벌 딥테크 기업 1위부터 10위까지만 살펴볼까요?


XB100 <글로벌 딥테크 기업 Top 100 중 1~10위>


SpaceX와 OpenAI가 역시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SpaceX는 2002년에 설립되었지만 2021년에서야 최초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며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OpenAI 역시 2015년에 설립되었으나 숨죽이며 고독한 연구개발 시기를 보낸 끝에 진일보한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모델을 작년 말 출시했고 단숨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딥테크는 연구개발에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산업영향력이 강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중의 관심 없이 조용한 시기를 보내다가 기술 수준이 일정 궤도에 올라 대중에게 선보이는 순간 산업 생태계 판을 바꾸는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는 것이죠. 창업 초기부터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 고객에게 선보이고, 그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PMF(제품-시장 적합성)를 찾아가는 IT 서비스 스타트업과는 대비되는 특징입니다.


TRL(기술성숙도 또는 기술준비수준)이란, 특정 기술이 제품에 적용되기 전 재료, 부품, 소자 등 기술의 개발단계 또는 기술성숙 정도를 객관적 지표에 근거하여 측정·평가·비교하기 위한 기준을 의미하는데요. XB100 기업의 평균 기술성숙도(TRL)는 1~9단계 중 7단계*라고 합니다. 이 단계는 실제 환경과 유사한 상태에서 완전한 규모로, 유사한 (프로토타입)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시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XB100에 따르면 TRL이 가장 낮은 분야는 아직 TRL이 4에 불과한 양자 컴퓨팅이었고, TRL이 가장 높은 그룹은 TRL이 8.5 수준인 로봇과 모빌리티라고 하는데요. 양자컴퓨팅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기술 성숙도 수준이 어느정도 올라온다면 단숨에 게임체인저가 탄생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네요.


기술성숙도/기술준비수준. (출처 XB100 홈페이지)



딥테크로 몰리는 글로벌 모험자본


지금까지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은 대부분 IT 서비스 분야에서 나왔습니다. 디지털 산업에 모험자본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요. 이제 엔데믹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은 VC 업계는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딥테크 분야로 투자금이 쏠리고 있습니다. BCG 리포트에 따르면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딥테크 투자액은 2020년 620억 달러(약 80조 원)에서 2025년 1400억 달러(약 182조 원)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딥테크 투자 환경이 보다 우호적으로 조성되면 2025년에 투자액이 2000억 달러(약 260조 원)를 넘길 수도 있다고 BCG는 예측했습니다.


2020년 딥테크 총 투자액의 75%가 미국에 집중되었는데요. 유럽권 국가들도 딥테크 육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딥테크 육성을 위한 ‘Deep Tech Plan’을 내세웠고,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도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하여 딥테크 전문 펀드를 결성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딥테크 투자비율을 연간 무려 80% 이상씩 늘리며 글로벌 딥테크 투자 규모 상승을 주도하고 있습니다.(BCG 리포트) 딥테크 시장 선점을 위해 전세계 강대국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네요.


Snowcloud Capital  <2012~2022 미국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업 주가지수 비교>

 

- 소프트웨어 인덱스 : Activision, Adobe, Amazon, Facebook, Microsoft, Netflix, PayPal, Salesforce, ServiceNow, Splunk

- 하드웨어 인덱스 : AMD, Analog Devices, Broadcom, HP, Intel, Micron, Nvidia, Qualcomm, Texas Instruments, TSMC


위 그래프는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과 하드웨어 기업들의 주가 지수 추이를 나타낸 것인데요. (출처) 소프트웨어 주식들은 10년 사이 약 15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하드웨어 주식들은 약 10배 정도의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2018년 이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업들 간 주가 상승률 격차는 더 벌어졌었는데요. FAANG(미국 거대 IT기업들인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을 통칭하는 신조어)이란 단어도 이 때 등장했었죠. 그런데 주목할 점은 2021년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주식은 8% 하락한 반면 하드웨어 주식은 26%나 상승하며 추세선이 높게 치솟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Andreessen Horowitz(a16z)의 공동창업자 Marc Andreesen(마크 안드레센)이 2011년 언급했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시대흐름이 10년만에 바뀐 것일까요. 마크 안드레센은 2022년에 ‘American Dynamism’이란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저변에 깔려 있는 용어인데요. a16z는 항공우주, 국방, 공급망, 산업 및 제조 등 미국의 미래 산업경쟁력과 국익을 강화하는 창업자와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정부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조치, 혁신 과학기술 분야에서 압도적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 기조가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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