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엔 투자를 위해 참고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나 숫자 지표가 많지 않지 않습니다. 따라서 초기 투자는 팀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기술의 진가를 예측하는 투자자의 전문성과 충분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블루포인트는 ‘시작 전문가’입니다. 혁신가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그들이 더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지원합니다.
이 파도를 일으킨 것은 우리가 아니고,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파도가 쳐오는데, 우리 앞에 파도가 지나가는 걸 분명히 목도했고, 그 파도의 가장 높은 곳을 우리는 타겠다.
Investee. 엘박스 이진 대표
변호사 9년 차 창업을 결심. 블루포인트로부터 2019년에 첫 투자를 받아 현재 국내 최대 AI 판결문 검색 서비스 엘박스의 대표.
Investor. 블루포인트 김두성 그룹장
블루포인트에 2016년 합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네모파트너즈에서 전략컨설팅 PM으로 근무.
*편의상 이진대표를 진/ 김두성 그룹장을 두성으로 표기합니다.
두성 : 그럼 가볍게 시작해 볼까요? 원래 어떤 전공/ 어떤 일을 하셨나요.
진 : 대학은 법학을 전공했었고요. 재학 중에 사법시험을 보고, 사법연수원 2년, 군대도 법무관을 갔으니 법에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창업과는 전혀 무관한 커리어죠. 그렇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리걸테크다 보니 도메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던 것 같아요.
두성 : 이 대표님이 로펌에서 보내주는 해외 로스쿨 유학을 MBA로 가겠다고 하셔서 발칵 뒤집혔다고 알고 있어요. 로펌 임원들이 이걸로 회의까지 했는데 결국 안돼서 본인 돈으로 가셨다고.
진 : 네, 그랬었죠. 처음에 MBA를 갈 때도 제가 새롭게 걷고자 하는 길이 어떤 모습인지 명확한 게 없었어요. 그래도 제가 직업인으로서 법무관 3년, 김앤장 6년, 총 9년 정도 지내보니 저 스스로 대한 이해도가 하나 생겼는데요.
저는 일을 통한 성취에서 느끼는 행복이 인생의 행복 총량에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높아요. 이 때문에 큰 결심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고, 일을 통해 더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다가 창업이라는 영역을 알게 됐죠. 그런데 사실 제 주변에 창업가는 고사하고 개발자도 한명 없었어요.
두성 : 그런데 왜 굳이 창업을 선택하셨나요? 다른 기회들도 많잖아요.
진 : 변호사는 큰 로펌에 들어가도 개인화된. 그러니까 업무 단위도, 성취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형태예요 대부분.
저는 조금 더 팀 단위로 성취하고 싶었어요. 팀 단위로 일을 하는 과정이 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가지는 힘이 되게 중요하고, 저는 그 조직 문화를 따르고 발전시키기보다 아예 처음부터 수립하고 싶더라고요. 이런 여러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창업이라는 길이 꽤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두성 : 이상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조직은 어떤 모습이었는데요? 또, 지금 엘박스가 많이 근접한가요?
진 : 첫 번째는 기여에 합당한 보상이 명확하게 주어지는 조직. 약속을 지키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다음에 약속을 하고, 약속을 지키는 걸 반복하는 과정에서 쌓인 건강한 신뢰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두성 : 첫 투자를 창업 얼마 만에 받으셨죠?
진 : 제 기억에는 당시 미국에서 귀국을 완전히 하지 않은 MBA 학생 신분이었어요. 그때 미국에서 만난 엔젤투자자가 한 분이 ‘초기투자 원하면 블루포인트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 블루포인트 바이오 쪽 이사님을 소개받았고 그 분이 지금의 두성 그룹장님을 다시 소개해 주신 거죠.
두성 : 쑥스러운 얘기지만 블루포인트 첫인상이 좀 어떠셨어요?
진 : 그때 팁스타운 작은 회의실이라 제가 회사를 다 본 게 아니라 그룹장님에 대한 인상은 이 업에 매우 진지하시고 진심이시다라고 크게 다가왔어요.
그룹장님이 되게 차분하시잖아요. 근데 메시지는 되게 명료하게 전달이 되고. 그게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딱 3박 4일 나와서 초기 투자사들을 4-5군데 정도 만났었거든요. 미국으로 돌아가서 이메일로 계속 교신을 하는데 블루포인트가 제일 회신도 빨랐고 절차도 빨랐어요.
두성 : 그랬죠. 대표님이 정리하고 한국 들어오시기로 하고, 한국 들어오시자마자 본격적으로 투자 프로세스를 밟아서 바로 투자했던 기억이 나요.
진 : 19년 2월에 한국 처음 나와서 IR하고, 투자 클로징 한 게 19년 7월이니까. 미국에서 들어오지도 않았던 팀에 거의 4-5개월 안 걸려서 투자가 마무리됐네요.
두성 : 그때 미국 돌아가시고 나서 코파운더(Co-founder)가 중간에 바뀌었죠? 팀빌딩을 다시 하는 기간이 또 있었고, 저는 내심 투자 의사결정은 마쳤고 대표님이 투자 받으실 준비가 되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다른 투자사와의 경쟁에서 Pick me up을 외치고 있었어요.
진 : 아, 코파운더 말씀 주셔서 저도 기억이 막 살아나는데. IR 때의 코파운더가 없어진 상황이었어요. 최종 투자사 두 군데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데 코파운더가 교체된 거죠.
어떻게보면 처음 인사드릴 때 팀이라고 했던 분이 없어진거니까 좀 민망했고, 이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블루포인트에서 '대표님을 보고 했던 딜이기 때문에 코파운더 교체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고 바뀐 분도 잘 하실 것 같은 분이다.’라고 말씀해주셨죠.
반대로 다른 투자사 경우에는 너무 초반부터 팀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다소 우려스럽다고 하면서 여기서부터 투자 프로세스 속도가 확 갈리기 시작했어요.
두성 : 그리고 나서도 코파운더 관련해서 이벤트가 더 있었어요.
진 : 맞아요. 한국 들어와서 차린 사무실이 3인실이고 저랑 1호 직원 개발자 딱 둘이 앉아 있었어요. 그때가 12월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새로 교체된 코파운더한테 전화가 딱 오더라고요. 제 직감상 이거는 이 방에서 받으면 안되는 전화인 것 같아서 로비로 내려갔어요.
그 친구가 “진짜 미안한데 내가 한국을 못 가게 됐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엄청 잡았어요. “너가 미국에 앉아서 이렇게 내가 보고만 해주다 보니. 그래, 현실감이 좀 없을 수 있어. 그런데 이게 장난의 단계는 우리 지났고, 난 이해관계인으로 투자계약서에 도장이 찍혀있어. 너 ‘안할래!’ 이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근데 아무튼 그 친구는 오지 않게 됐죠. 혼자 로비에서 통화를 마치고 사무실에 올라가야 하는데. 1호 직원이 그 코파운더인 CTO를 보고 연봉 반으로 깎고 이직한 거거든요. 그 친구 얼굴이 먼저 떠올랐고, 그 다음이 두성 그룹장님 얼굴이 떠올랐죠.
이거 오해하실 수 있겠다 싶었어요. 결혼해서 잘 살겠다고 주례해달라 그러고 6개월 만에 헤어지는 느낌이라… 그래도 빨리 솔직하게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전화드렸어요.
그때 반응이 되게 덤덤하셨어요. “초기에 얼마든지 피봇도 일어날 수 있고 그건 팀의 변화도 포함할 수 있는 거라고 좋은 분 만나서 다시 하시면 된다.”고 하셨고, 제가 거기서 용기를 얻고 올라가서 1호 직원한테도 얘기했죠. 그 친구는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고 현재 엘박스 최장기 근속 직원입니다.
두성 : 얘기를 들으니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 상황에 대처하시는 어떤 대표님의 태도나 리커버 하시는 모습에서 저는 오히려 좀 신뢰를 가졌던 것 같아요. 본인에게 불리한 것을 숨기고 유리한 방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할까 그리고 그걸 해결해내시는 모습.
진 : 저는 궁금했던 게 있어요. 제가 두 차례 연속으로 코파운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 느낌이 싸할 수 있잖아요. 준비되지 않은 소식을 들으신 건데 마치 준비된 것처럼 굉장히 의연하셨거든요. 자주 있는 상황에서 훈련되신 걸까요?
두성 : 자주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근데 저도 사실은 투자자로 3년 정도 됐던 시절이에요. 하지만 창업은 아주 어려운 문제를 푸는 일이고 이 사람이 이 문제를 풀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당시 엘박스는 장기적인 기술 개발을 리드할 CTO 보다는 당장의 프로덕트가 더 중요한 시점이었는데, 프로덕트에 대한 인사이트는 대표님한테 더 있으셨던 것 같고 코드로 잘 옮길 사람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아주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두성 : 그럼 이제 엘박스 소개를 살짝 해볼까요? 법률 AI. 그때는 AI라는 말은 잘 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에 그리셨던 모습이 어떤 아이템이었나요?
진 : 2019년도에 저도 AI라는 단어의 정의 정도만 알았지 개념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지도 않았고 그걸 활용한 어떤 비즈니스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최근까지도 Chat GPT가 나오면서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AI에 대해 들을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야 알게 됐죠. 그럼에도 굉장히 다행스러웠던게 AI가 곧 데이터더라고요.
특히 데이터 수집뿐만 아니라 가공과 정제와 정보 추출 역량이 진짜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되게 운이 좋았던 거죠. 저희가 법률 데이터에 대해 갖고 있는 강한 집중성이 생성형 언어 모델에 기반한 ‘대화형 검색’이라고 하는 수단의 고도화에 힘입어 더 가치 있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했어요.
AI가 리걸 쪽과 궁합이 좋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고 요즘엔 법률과 아무 관련이 없던 AI 회사들도 갑자기 다 법률을 하겠다 하니, 일찍 시작한 저희 입장에서는 굉장히 반가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한 1년 전부터는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의 정체성을 ‘법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고 명료하게 하고 있습니다.
두성 : 저는 엘박스가 사람들이 말하는 이 혁신의 방향에 되게 부합하는 회사라고 느꼈어요. 데이터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결국 컨텍스트가 붙어 있는 데이터를 활용했을 때 의미 있는 거잖아요. 효용의 임계점을 넘어야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확실히 법률이라는 버티컬 영역에서의 AI는 엘박스가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처음 IR 때는 기억나시나요?
진 : 그럼요. 진짜 말 그대로 슬라이드가 많아봐야 10장? 15장? 팀원 모두의 사진을 크게 넣어도 공간이 남았어요. 예측할 수 없는 내용들로 30장짜리를 만들었다면 그것도 어색할 것 같긴 해요.
두성 : 제가 뒤에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창업하시는 분들이 목차에 맞춰서 그럴듯한 내용으로 잘 만들어 오세요. 그런데 모두 알죠. 이대로 될 리도 없고 근거도 희박하다. 엘박스 IR 자료는 이렇게 심플해도 되나 싶었어요. 그 자료를 떠나서 대화에서 느껴지는 깊이와 열정으로 그 공백을 채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진 : 그럼 이제부터는 제가 그룹장님께 질문을 좀 드릴게요. 이제는 투자 개수도 많아지셨고 더 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나고 계시는데 요즘 투자할 때 중요하게 보시는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성 : 초기 투자자는 많은 것들을 본인의 상상력으로 메꿀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아무리 완벽한 사업 계획서도 그대로 성공할 리는 없다는 것을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 또는 본인의 예측을 벗어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 창업가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어떻게 해석하고 본인의 일에 적용시키는지. 이런 모습들을 통해서 그냥 상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심사역들과도 토의를 하면서 생각을 공고히 하는 과정이 또 있거든요. 나쁘게 말하면 감으로 투자를 하는 거지만 그래도 제 생각엔 혁신의 가치 그리고 그 혁신을 달성할 가능성을 치열하게 비교해가면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 : 엄청난 인사이트가 모여서 감이 생기는 거죠.
두성 : 엘박스를 투자할 때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리걸테크가 이미 굉장히 큰 영역으로 앞서 성장하고 있었어요. 이제 법률 시장의 데이터는 계속 개방되고 그걸 활용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들도 봤죠.
진 : 투자라는 게 중요한 성취이고 마일스톤이지만 만족감은 잠깐이고 다음 단계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금방 전환되는 것 같아요. 투자 계약서에 제 이름이 들어가고. 저는 또 계약서를 직접 볼 줄 알다 보니 의미가 굉장히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두성 : 계약서 조항에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으시면 하나하나 질문해 주셨던 거 같아요. 저도 이걸 정확하게 답해드려야 하니까 엄청 진땀을 뺐었어요. 변호사시다 보니 조항이 갖는 무게와 의무감을 훨씬 무게 있게 느끼시는구나 싶었어요.
진 : 맞아요. 제가 정말 꼼꼼히 물어봤는데 잘 답변해주셨어요. 원래 법률 쪽에 관심이 좀 있으셨어요?
두성 : 부끄럽지만 제가 사시에도 살짝 손을 얹어봤습니다. 사실 1차도 붙었는데, 제가 건축학과 출신인데 건축 빼고는 다해본 것 같네요. 한때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 빠져서…. 지금 법률분야도 건축 분야도 많이 투자하는데요. 제가 가보지 못했던 길의 아쉬움을 투자로 풀고 있습니다.
진 : 더 효율적인 방식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묘하게 또 돌고 돌아 그런 히스토리를 가지신 그룹장님과 법조인에서 창업가가 된 제가 만나서 엘박스라는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이제 우리나라 변호사의 50%가 쓰고 있네요.
두성 :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첫 투자를 앞둔 후배 창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진 : 하우스도 너무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담당 심사역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 같이 난국을 타개해갈 분은 기관이 아니라 사람이거든요. 그 심사역이 하우스 내에서 얼마나 강한 신뢰 자본을 구축하고 있는지도 중요하죠. 하우스 내에 저희를 대변해 주는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엘박스는 진짜 운이 좋았어요. 심사역을 선택해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닌데, 저는 좋은 분들과 연이 맺어졌어요.
두성 :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왜 첫 투자가 중요하냐면 초기 스타트업은 굉장히 취약한 상태거든요. 남은 생존 시간도 짧고 자금은 빠듯하고 절체절명의 미션을 이뤄야 하는데, 투자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하거나 가이드를 주면 창업가가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 수가 있거든요. 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고요.
진 : 연쇄창업이 아니라면 누구나 첫 투자가 곧 자기 인생의 첫 투자자와의 만남이잖아요. 내가 창업가로서 처음으로 투자자와 협업을 하게 되는 건데 이 첫 관계의 세팅이 후속 투자자들과의 관계 세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 암묵적으로 서로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그런 만남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엘박스는 블루포인트로부터 2019년에 투자받아 블루포인트와 6년간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엘박스 이진 대표님은 블루포인트가 앞으로 10년을 넘어 100년 동안 한국 스타트업씬을 굳건하게 이끌어주기를 바란다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블루포인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