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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포인트 Jul 10. 2024

매출 10억원이 목표였던 팀이 1조원을 꿈꾸게 된 계기

[블루포인트 10주년 기획 인터뷰]


EP.2 Second Team, 스타트업의 두 번째 팀 



스타트업은 연속된 선택과 결정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정과 행동의 주체는 창업가들이지만 블루포인트는 스타트업의 '두 번째 팀'이 되어 그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최선의 선택지를 같이 찾아가며 불확실성을 줄여갑니다. 블루포인트는 혁신가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파트너를 만날 때,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연구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경쟁할 만한 스위스 연구진들이 창업을 했고, 이 기술에 마켓 타이밍이 왔다는 걸 알았죠.



Investee. 토모큐브 박용근 대표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블루포인트로부터 2015년에 투자받아 현재 3D 홀로그래피 현미경 스타트업 토모큐브의 대표. 


Investor. 블루포인트 이용관 대표

2014년 블루포인트 창업.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과정 중 반도체 장비 회사 플라즈마트 창업 후 엑싯.   






*편의상 박용근 대표를 용근이용관 대표를 으로용관 표기합니다.


학문과 창업의 경계 


용관 :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요즘 바쁘시죠? 출강도 계속 가시나요?


용근 : 네, 겸직으로 물리학과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용관 : 원래 학부는 기계과였다고 알고 있는데, 물리학과로 오시게 된 히스토리가 어떻게 되세요?


용근 : 제가 학/석사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박사는 또 의과학을 전공했습니다. 하버드랑 MIT가 조인트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광학과 바이오 융합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박사를 받았죠. 그러다 보니 학과 간의 경계나 학문과 창업 간의 경계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용관 : 그런데 바로 창업을 하지 않고 교수에 지원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용근 : 그때 굉장히 특이하게 박사 학위가 없는 대학원생들도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있었어요. 당시에 ‘학교로 갈 것인가’, ‘미국에서 창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컨설팅 회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울 것인가’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그런 공고가 있어 지원했는데… 덜컥 서류 심사에 통화된 거예요! 카이스트 물리학과는 응용물리 분야 특히 광학 분야에서 압도적인 입지이고, 국제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학과였어요. 훌륭한 동료 선배님들과 있으면 나도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용관 : 그럼 창업을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한 시기는 언제예요?


용근 : 창업에 대한 관심은 학부 때부터 있었고요. 우연히 제 학부 지도 교수님이 서울대 1호 벤처를 만드신 박희재 교수님이셨어요.


용관 : 아~ 에스엔유프리시젼 창업하신!


용근 : 네네, 맞아요. 그분이 수업 때 늘 창업에 대해 많이 강조하셨고, 그때가 IT 버블 시기라 학부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창업 경진대회 같은?


MIT에 있을 때도 ‘100K’라는 창업 대회도 나가보고 꾸준히 그런 작업들을 해왔죠. 교수로 있었지만 언젠가 내가 연구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는데, 어느 날 제 분야 있던 스위스 연구진들이 창업을 딱 한 거예요. 그래서 ‘아 이제 타이밍이 된 것 같다’ 했죠.  




창업가와 창업가 


용관 : 그렇구나. 창업 갑툭튀가 아니라 싹수가 있으셨군요. 저희는 처음에 누가 소개해 주셨어요?


용근 : 제가 한국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연구만 하다 보니 창업 쪽은 네트워킹이 전혀 없었어요. 학과 교수님들이랑 창업 얘기를 하다가 한 교수님이 새로 생긴 기술 투자사라고 블루포인트를 소개해 주셨어요.


용관 : 아~ 그분이 장 교수님이셨구나! 장홍영 교수님이 저의 학부시절 지도 교수님이기도 하셨는데, 또 그렇게 연결이 되네요. 그때가 2014년 겨울이니까 저희도 이제 막 만든 신생 투자사였고 우리 둘 다 창업 초기에 만났었죠. 블루포인트 옛날 사무실 기억나세요?


용근 : 도룡동. 오늘도 지나왔어요. 건물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블루포인트 초기 사무실이 주택 같았잖아요. 저도 투자사 IR이 처음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2층에서 IR 한 번하고, 지하 2층 가서도 한 번하고, 좁은 공간이었지만 되게 뜨겁게 질문하셨던 기억이 나요.


용관 : 그 사무실이 원래 가정집 건물이었어요. ‘리브리스’라는 북카페를 개조했었죠. 저도 종종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맨 처음에 가져오신 아이템은 기존 현미경에 결합할 수 있는 모듈 형태 제품이었는데, 어떻게 그 기술로 창업을 하게 되신 거예요?


용근 : 사실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야겠다기보다는 경쟁할 만한 연구진 그룹이 창업을 했고, 이제 이 기술에 마켓 타이밍이 온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연구하던 기술로 사업화할 만한 게 있는지 찾아봤는데 좀 많이 제한적이었죠.


대표님이 기억하시는 것처럼 처음에는 기존 현미경에 부가 기능을 줄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해 보겠다고 들고 갔어요. 그때 블루포인트에서 몇 가지 조언을 주신 게, ‘그럼 스케일 업을 못한다. 모듈로 개발하면 종속된다.’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힘들더라도 제대로 바닥부터 다 만드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 아이템을 다듬어 나갔죠.


용관 : 실은 제 뼈아픈 경험이 있었어요. 제가 블루포인트 이전에 ‘플라즈마트’라는 반도체 모듈 장비 사업을 했다가 막상 영업을 시작하니 시장이 너무 제한적이더라고요. 겪어보니 전체 장비를 개발했어야 주체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었겠다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용근 : 토모큐브가 나중에 창업했으면 이런 케어를 못 받았겠다 싶어요. 회사의 지분 구조부터 다음 스텝까지 사업 초기에 중요한 얘기들을 이용관 대표님과 많이 나눴거든요. 지금도 계속 얘기하고 있고. 관련 창업을 해보셨던 분이니까 사업을 보는 무게가 다르신 것 같아요.


용관 : 저는 사업의 밸류가 어디에 묻어있나를 봐요. 어떤 경우는 오히려 모듈에 묻어있는 경우도 있죠. 근데 토모큐브는 완성형으로 가는 게 밸류 차이가 어마하게 커질 것 같았고, 힘들어도 그쪽으로 가시는 것을 제안드렸죠.


용근 : 지나고 보니 그 판단이 맞았어요.


 

토모큐브 박용근 대표


토모큐브, 세계 최고의 바이오 분석회사로 


용관 : 첫 IR때 개발하신 3D 모듈이랑 이미지를 몇 장 들고 오셨는데, 우리 그걸로 별거 다했잖아요. 적혈구도 보고 말라리아 걸린 세포도 보고 저는 그게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때 이걸 핸드폰에도 붙여보고 아프리카에서도 해보자고 했잖아요.


용근 : 그 아프리카 프로젝트 실제로 했어요! 이것저것 참 많이 시도했죠. 그때 포커스를 하나에만 두지 않고 이 기술로 할 수 있는 수많은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던 것 같아요. ‘반도체에도 응용할 수 있다’, ‘*리소그래피에도 쓸 수 있다’ 한창 아이디어 회의를 했죠.


*리소그래피 : 반도체 회로의 패턴형성을 위한 미세 가공 기술.


용관 : 처음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아이디어를 막 펼쳤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 기술로 세포 치료제 쪽에 QC를 한다든지, 난임 환자 수정란을 미리 상태 진단을 한다든지, 세포 실험으로 동물 실험도 많이 대체한다든지 구체적인 기회가 보였고 굉장한 확신이 들었어요.


이 회사가 미래에 되게 중요한 걸 바꿀 수 있겠다. 두근두근하더라고요.


용근 : 저는 옛날 IR 자료를 다 가지고 있거든요. 솔직히 블루포인트에 처음 가져갔던 장표 보면 부끄러워서 열어볼 수가 없어요. 아마 지금 자료도 나중에 보면 그렇겠죠. 지금 그때로 돌아가면 10년짜리 사업을 3년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대표님도 같은 마음으로 블루포인트를 창업하셨겠지만 저도 나중엔 후배 창업가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보니까 눈에 보이는 게 있어요.


용관 : 펀드 만드실 때 꼭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출자하겠습니다. 그럼 박 대표님은 토모큐브의 미래이자 종착점을 어떻게 그리시나요?


용근 : ‘세계 최고의 바이오 분석 회사’입니다. 지금의 3D 현미경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계속 넓혀가야죠.


용관 : 이미 선진국들은 다 어마어마한 바이오 분석 회사들이 있잖아요. 일본은 호리바(Horiba)나 애질런트(Agilent)가 있고 미국, 유럽에도 엄청난 기업들이 있죠.


용근 : 현미경 관련 회사만 해도 새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시가총액이 수십 수백조하는 회사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용관 : 너무 좋은 비전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슬기로운 창업 생활 


용관 : 토모큐브를 시작하고 험난한 일들이 많았겠지만 대표적인 위기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나요?


용근 : 매일매일이 위기죠. 크게 기억나는 건 두 가지 정도 있네요.


코로나 때 두 위기가 한꺼번에 왔는데, 내부 갈등이 너무 증폭돼서 문을 닫을 뻔했어요. 회사가 매출이 잘 나오면 작은 갈등은 다 그냥 넘어가요. 그런데 어려워지고 실적 압박이 생기면 그 책임을 다른 팀에서 찾게 되니까 갈등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용관 : 정말 공감해요.


용근 : 솔직히 임원 레벨에서 컨트롤을 잘 못했어요. 지금은 많이 정리가 됐죠.


두 번째는 저희가 코로나 전에 출시한 1세대 제품이 생각보다 매출이 빨리 안 나왔어요. 이유를 찾으면 여러 가지지만 결정적으로 PMF(Product Market Fit)를 못 맞춘 거예요. 제품을 신기해하는 고객분들도 있었지만 영업을 다녀보면 보이거든요. 우리가 고객들이 원하는 걸 못 맞췄다는 것이.


그때 두 가지 해결 방안이 있었어요. A안은 기존 1세대를 개선하는 것이었고, B안은 아예 바닥부터 다시 만들자는 거였어요. B안은 새로 연구개발하는 게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리스크가 있었죠. 그런데 망하더라도 기준을 낮추면 안 되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하루하루 잠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B안으로 가기로 했으니 후보 기술이 될 수 있는 3가지를 동시에 개발했어요.


결국 그 중에 2개를 조합하니까 뭐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기술로 2세대를 출시했는데… 사용자 반응이, 우리가 맞췄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코로나가 위기이자 기회였어요. 어차피 영업은 못하는 시기고, 다른 경쟁사들도 다같이 슬로우해진 상황.


용관 : 코로나 윈터를 슬기롭게 보내셨네요. 슬기로운 창업 생활이네요.


 

블루포인트 이용관 대표

마치며


용관 : 스타트업에게 투자사가 어떤 역할을 해주면 좋을까요?


용근 : 저희는 감사하게도 투자자분들이 다들 너무 좋았어요. 투자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투자를 받고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창업가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까 처음에 눈높이를 낮추게 되거든요. ‘매출 10억만 했으면 좋겠다’, ‘100억만 하면 좋겠다’ 박스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는데, 투자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어퍼 캡(upper cap)이 확 열렸어요. 어퍼 캡이 열리면 창업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폭이 커지거든요. ‘1조 기업이 되려면 지금 뭘 해야 하나’ 이렇게 마인드 셋이 바뀌는 거죠.


저는 투자사가 누굴 소개해 주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에 사업은 창업가가, 팀이 하는 거예요. 투자사가 누굴 연결해 준다고 일이 되지는 않거든요. 비전을 키울 수 있게 생각을 열어주고 시장을 보여주는 게 큰 역할이라고 봐요.


용근 : 이용관 표님은 투자 받는 스타트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용관 : 저는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을 때, 투자 받는 가격이 회사의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투자는 내가 여정 중에 필요한 것들을 조달받는 것이고 금융적 관점에서 가격을 만들어 협상을 하는 건데, 이게 팀의 가치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어떤 시기에는 버블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시기는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잖아요. 내가 높은 가격을 받았다고 이 정도 가치가 됐다고 생각해도 위험하고 적은 밸류라고 실망하실 필요도 없어요.


시장이 건강해지면 시장에서의 가치와 회사 본질의 가치가 맞춰질 수도 있지만 성장단계에 있는 팀의 밸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자기가 믿는 가치에 집중하는 게 필요해요. 






토모큐브는 블루포인트로부터 2015년에 투자를 받아 10년 간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토모큐브 박용근 대표님은 블루포인트 10주년을 맞아 한국 최고의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가 앞으로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블루포인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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