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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누군가 따돌려질 때

- “나도 그런 적 있어.”라고 말해요


오늘 병원에 들렀다.

이 주간의 강행군으로 누적된 피로가 있었고

사람들 눈치에 시달리다 보니 증상이 고개를 들었다.

“잘 지내셨어요?”하는 인사말과 함께

세간이 다 아는 이를 가리키는 듯

원장님이 물었다.


“지지자가 많은 줄 알았는데

다 없어졌나 보더라고요?”


정치에 문외한인 나이기에 거들지는 못했지만

내 눈엔 초라했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끈이 떨어진다‘는 것은

‘끈이 떨어져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나의 직함이 아니라

본명에 ‘씨‘를 붙일 것이고,

동심원을 그리면서 하나 둘 점점 멀어져 가 버려서

혼자 덩그러니 남으면 결국 섬처럼 될 것아다.


그동안 살갑게 맞아 주던 행정직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싸아악 사라질 것이다.

적응 못 해도 어쩔 거냐.

현실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나는 원장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두 마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대놓고 면박을 주는 것과의 차이란



우리는 서로의 생활 경험을 나누면서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사이다.


왕따’의 가짓수도 많지만

최근에 만난 유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물었다.


대놓고 면박을 주는 사람

뒤에서 따돌리는 사람

누가 더 나쁠까? “라고.


대놓고 면박이나 망신을 주는 케이스는

자신이 우위에 있거나

골프에서 핸디를 주듯 뭔가가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했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핍박한다.

이래라저래라 하기,

아랫사람 다루듯 하기,

언니 오빠인 척 하기,

칭찬에 절대 인색하기,

필요하다고 생각 시 고함치기 등이 특징이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뒷탈이 있을까 싶은지

사후 수습을 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강한 자에 약하고 약자에게 함부로 해서

인성 끝판왕으로 보인다는 걸 자기만 모른다.


반면에

뒤에서 무리를 지어서

한 사람을 못 쓰게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정면에서는 태클을 걸거나 비판을 못해서

심지어 당사자 대면시에나

부득이한 삼자대면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보이거나

자기를 부정할 때도 있다.


갑자기 허공에다 큰소리 치기,

우군이라 생각해선지

상급 감독 기관에 예고 없이 찾아가 드러눕기

맥락없이 전체에게 메시지 띄우기,

선의의 협조자 울리기가 주전공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을 자기가 모른다고 한다. 사과 또는 화해 조정의 소지가 아예 없는 이유다.


결국에는 양자 간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는 게

둘 다 겪어 본 내 소견이다.

어느 쪽이건

길에서 보더라도 아는 체 하고 싶지 않다.

어깨 힘줄 근육에 석회가 끼어

팔이 위로 들어올려지지 않듯

그들과 나 사이엔

뭐가 끼어도 한참 끼어 있는 것을...





잃어버렸다고

다 놓아 버렸다고



에어팟 사용자다, 나는.

그런데 어느날 한쪽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고보니 엊저녁에 어디선가

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나중에 체크해야지 하다가

씻고 자기 바빠서 잊고 있었던 듯.


아무리 찾아도 없다.

모든 소지품과 가방, 동선을 되짚어 봐도

얘는 없다.

이런 애태운 경험들이 있으실 거나..,

다른 분들 정말 어떠세요?


나는 결국 새로운 에어팟을 주문하기에 이르른다.

마음을 비우고

나의 불찰을 책망하고

정신머리’를 연신 탓한다.


새로운 에어팟이 왔다.

이름을 붙여 주고 페어링을 한다.

한쪽을 잃었던 허한 마음이 조금씩 나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운전 중 뒤돌아본 뒷좌석

운전자 시점 대각선 방향에서

나는 내 눈을 의심한다.

저것이 내 것? 무, 무엇? 어, 어디 있었다고오오오??


잘 안착해 있다.

잃어 버렸다고

나를 다 내려 놓았다고

애간장을 졸였던 한쪽이

잘도 앉아 나를 바라본다. “헬로우?” 하는 것 같다.


“ 나 여기 있었는데~”


잃어 버렸다고,

그랬다.

왕따’ 사건이 내게 남긴 것은

다 잃어 버렸다고 하는 마음가짐 그것이었다.


다 잃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던 마음도

그 때의 마음일 뿐이다.


잃어 버린 것도 저 에어팟처럼

우연히 다시 찾기도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다 놓아 버리면

모든 게 의미 없고 다신 못 살 것 같은 마음에도

결국은 다시 해가 든다.


단지 사람이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입힌 위해이고

대부분 생활에 밀착되서 일어나는 사건이어서

복구하는 데 정말 많은 집중력과 끈기가 요구된다.

누구도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

한순간에 따돌림 당하고 나서야

내가 비주류를 넘어 왕따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니

누가 따돌려지거든

다른 말 하지 마시고

“나도 그런 적 있어.”, “나도 따돌림 받았어.

라고 말하시면 된다.


우리사회, 나처럼 수치와 무력감 속에

마치 피클이 되듯이 절임 당했다가

절대 남에겐 공유하지 않고

안으로, 속으로 삭이고만 있는 사람들은


에어팟을 포함한 신체 일부분처럼 여겨진

소중한 어떤 한 짝을

잃어버리고

세상을 헤매 본 사람들 숫자보다

더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따돌림이 사람에게서

소중한 멘탈을 훨씬 더 많이 갉아먹고

사람을 위축시키며 더 오래 고립시킨다.

그래서

‘따돌림‘의 해시태그는

‘미 투me too'였으면 좋겠다.

내 생각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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