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모두가 나름 힘든 시간을 거쳐 왔다.
알고 보니 그랬다.
나는 힘이 들어 죽겠는데
다들 멀뚱이 보고만 있었다.
지금 와 생각해도 사람이 주위에 없는 상황이 무섭긴 하다. 혼자 무인도에 떨어진 상황과 진배 없다.
그런데 그건 왜 그런 걸까?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게 아닐까.
성대리는, 아시겠지만, ‘나’다.
성대리는 이제 어디에 가도 순탄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
내 잘못이 없는데도, 나중엔 내 존재만으로도,
즉 나만 없어지면 되겠다는 식으로 돌아갔음으로 해서
수월하게 뭔가가 술술 풀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시간을 보냈다.
잘 적응할 수 없었던 문화 속에는 삼삼오오 몰려서 수근수근 대는 법에 능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건데
내가 잘 그러지 못했다.
‘들어오세요.’라고 해야 들어간다고 할까?
역경을 거쳐 오면서, 사람이 저기서부터 뛰어오면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꾹 누르는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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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겪는 동안, 나의 배경만 보고 “대리님! 대리님!“하던 사람이 그 배경이 내게서 사라지는 순간
‘이제 너도 별수 없잖아?’라며 홱 돌아서는 데에서
나의 불안은 크게 자극됐다.
‘가족, 건강, 부’ 외에 하나를 꼽으라면
‘명예’를 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인 공직 사회.
학교 다닐 때부터 모범생이었고 다들 공부 잘 했고
내가 인정 받으면 좋고, 안되면 재빠르게 붙어야 산다는 판단이 상식이 되어 있다.
분위기는 살벌쌉사름하다.
‘선입선출’이라 해서, 먼저 들어온 사람이 다 잡고 누리고, 나간다고 손을 들어야
뒤에 온 사람이 그 자리에 들 수 있다.
이게 ‘다 그렇지’라고 묻을 일이 아닌 것이,
사람한테 잘 보이고 눈에 들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이, 다른 어떤 노오력으로도 대체가 안 될
필사의 것이고
유난히 학교 성적이 좋았고 칭찬 받을 일을 많이 했던 사람들이 모였다 보니
‘어 네가 이렇게 나온다구?’ 하면 벌써 ‘쟤를 어떻게 치지?’ 하는 연구가 가동된다.
이 직업의 불문율이 있는데,
비용을 줄이고 사람을 짧게 써야 한다는
제일의 원칙 아래
한 사람이 두어 개 업무를 더 맡아야 했다.
이유는 저마다 창대했지만
결국 건성건성이 되었고 당국에서는 ‘업무 경감’이라는 슬로건을 내고 ‘표’를 의식하는 행정을 연발했다.
현장은 더 느린 행보를 보였고
권리 주장이 상호간 부딪히면 업무가 백지화됐다.
성대리가 봤을 때 이것은
마땅히 공무원이 (열심히) 하여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서로가 담합하여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맞장구를 칠 사람들은 벌써 과거에 속하였으므로
현재는 찍 소릴 내지 않고
슬슬 눈치를 보는 생존만 해야 했다.
‘질곡’이란 단어가 ‘삶에 깊숙히 뿌리내린 어떤 것’을 의미한다면, 나 자신인 성대리가 업무에서 멀어져
현재처럼 작은 숨만 쉬고 살아가게 된 것은
이 세계가 돌아가는 오래된 ‘원리’와 충돌하는 스텐스를 경쟁자에게 엿보였가 때문이다.
원리는 ‘남들처럼만 하고 남들 눈에 드는 것’인데
성대리는 그것도 좋지만,
폼 나게 일하고 멋지게 뽑아서 일명 ‘가오’가 있는
일을 해 냈고 어느정도 가시화시켰던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닫고 혼자, 또는 끼리끼리, 먼저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못나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쯤에서도 자기 몫보다 높은 자존감으로 무장해
목이 뻣뻣해진 사람들이
민원인을 바라보기보다 ‘옆에서 누가 치고 나오’는가만 바라보는 풍조에 숨이 막힐 정도였는데
한 단계를 더 밟고 올라선 사람들에랴.
3-4년 전 부동산 대세 상승을 타고
‘큰 돈 없이 집을 사고 돈 버는 비법’을 전수하는 강사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락기가 와서는 어떤 주제를 또 선점하였을지 모르지만,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라 믿는다.
그처럼,
크게 노력하고 거창하게 자기를 시험하지 않아도
직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침대가 작으면 발을 잘라서 맞추느라
‘비인간’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논하기가 불가능했다.
심지어 밀어내고 가로채고 난 후 말아먹은 다음
월급에 지장이 없으니 부끄러움도 몰랐다.
온전히 사람의 향기를 가진 분들이
브런치에도 많이 계시고 블로그도 열심히 하신다.
“(민원인)예정보다 일이 늦어지네요.” -
“(공무원)제 잘못이 아니고요, 시스템이 바뀌어서 혼돈이 있나 봐요
옆자리 직원이 오늘 휴가셔서 일이 밀려서 그래요“
등등등
한마디라도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자신의 ‘명성’에 너무나 ’누‘가 될 거라는 듯
끝까지 ‘내 책임은 아니’라고 밀어내기에 열중하는
‘옆자리’들에게 성대리는
어떤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제가 빨리 해 드려야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라고
말해도 아무도 임금을 깎고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는데, ‘자기 식으로 너무나 유능한’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성대리의 눈에는 그렇게 보여서,
매력을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어서
세상이 변천을 거듭해도
‘열심히 한 끝’은 꼭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어떤 분에게
성대리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통해서,
힘든 시기를 지나 어떤 게 보였는지를 말함으로써,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질곡을 빠져나와 새로 세팅할 수 있는 것이
무엇무엇인지 찾아 보면 된다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