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언젠간 온다.
눈이 높은 것이 아니냐고 한다.
사람이 오랜 기간 혼자 있으면
상상이 그 쪽으로 맞춰진다.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많은 횟수의 연애와 그 만큼 많은 인연을
지나쳐 보낸다.
오늘도 혼자인 사람들은 그저 내가 원하는 사람을
기다렸을 뿐이라고 설명해 보지만
여전히 혼자이다 보면
내가 눈이 정말 높은가? 싶어지기도 한다.
참 좋은 사람이 곁에 있을 것 같은데 혼자인 사람도
주위에 많다.
내가 어디서 배워서 커플 매칭을 잘 할 수만 있다면
상대를 찾아 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일에 파묻히거나 해서 거의 잊고들 살아간다.
연애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 하에 잠금 장치가 걸려 버린 것 같아 말도 못 꺼낸 경우도 있다.
또 적지 않은 연령임에도 자신은 ‘한번도
짝을 만나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다.
아 그런 것이구나, 사람의 /만남/에 대한 갈망은 어떤 제한도 없이 모두에게 공감되고 있지 않나 한다.
무더위가 무섭다, 말 그대로
쥐어짜면 물이 나올 것 같이 습하고 힘들다.
사람을 만난다는 일이 이쯤 되면 천태만상인데
오늘이 말복이라 해서 여기저기서
카드 문자가 날아오고
벌써 가을을 떠올리게 된다.
어쩐지 매미 울음 소리도 작아진 듯 하다.
버림 받았다고 울어 봐도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다.
왕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조직에서
'내가 이렇게도 먹히지 않았단 말인가?' 라면서
심각하게 고뇌하게 된다.
이미 나를 버렸는데 그가 다시 돌아오는 법은 없다.
가슴이 미어지고 아플 수 있다.
그래도 알아 주는 사람은 없다.
혼자 버려지고 혼자 일어나야 한다.
다시 사람을 만나서 예전의 하던 일로 돌아가서 살 수 있을까? 사실은 이거저거 다 떠나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나의 '숨은 매력'을 알아 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면,
나는 왕따 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세워 보았다.
여기서는 /매력/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매력/은 상하 위계로 연결되고
조직의 서열이 차곡차곡한 집단에서
개인의 인성, 품격, 또는
남성/여성 할 때의 그런 매력을 말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매력/은 남을 끌어당기고
자신의 사람으로 위치 짓는 힘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노력해서 튀지 말아야 하고, 위에는 고분고분하되 아래로는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
말을 매섭게 할 줄 알아야 하고,
그렇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면, 가능하다.
왕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을 잘 하고 열심히 하고 창의적으로 하지는 말지니,
그것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그저 매력있게, 남의 지위와 나의 위치를 적절히 조합하여 기간을 채우고 잘 지키고 있으면 된다.
그게 어렵지가 않은 것이고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내 매력을 알아 줄 사람은 누구라고?
그렇다면 왕따 된 사람은 죽도록 홀로 남아야 할까?
사람들은 왕따 당할 만한 이유가 한정된 몇 몇 현실의 피해자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고 ‘저건 남의 일’이라 치부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 셋이 모여서 하나를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누구든지 왕따 사건의 피해자들이 어떤
호소를 할 때, '나에게는 저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야.'라고 전제하는 것은 '오만과 편견'이다.
한 마디로 실수하는 거다.
왕따는 바이러스처럼 돌아다니면서 감염시킨다.
예를 들어서 나 같은 왕따 피해자가 어느 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러지 않을 예정이지만.하여튼,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 다니고 그룹을 만들어서 배타적으로 행동하면서 '집단 파워'를 숭배하곤 한다. 혼자라면 내가 저 사람을 미워할 이유가 없지만 그룹에서 튕겨 나가서 ‘저렇게 혼자 돌아댕기기가 무섭‘다라는 심리 때문에 왕따 피해가 커진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꽉 막힌 도로를 만났다.
서로 목적지가 다른 차량들이 교행해야 하는 육차선 도로가 엉켜 있다. 마음이 바쁜 사람들이 자기 차를
조금 더 앞에 세우려고 하는 눈치 경쟁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쯤 되면 시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망정이지
일 분, 이 분 자꾸 늘어나는 도착 예정 시각도
무시는 못할 일이다.
그런데 '교통 경찰' 노란 조끼를 입은 두 분이
길을 건너 오는 것이 보였다.
아주 순식간에, 두어 번의 수신호 만으로 엉킨 도로는 풀려 버렸고 나의 차량은 어느 덧
신호 대기선 앞에 도달했다.
정체가 심하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만사가 풀려 버렸다.
나는 공무원 아버지가 간혹 언급하는
황희 정승 일화를 매우 싫어한다.
노비들의 싸움을 듣고 "네가 옳다, 너도 또 옳다."
했다는 이야기다.
부서장들이 반목해서 A부서가 사업을 펼치려고 하면 B부서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서 진도를 못 뺀다.
기관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때
마스터가 이렇게 말한다. "잘들 의논하세요."
아니 의논이고 협력이고 아무것도 안 되니까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단 5도, 10도도 기울지 않겠다는 중립이 가져 온 참사는 매일 '그 밥에 그 나물'을 모두가
꾸역꾸역 먹어야 한다는 현실이다. 엄청 큰 불행이다.
자기 살 길을 확보하기 위해 리더가
황희 정승 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
왕따로까지 번진 일은 결국 모두가 눈을 감으면서
한 사람을 매장하고 막을 내렸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듯이 사람들은 하루하루 일상을 소화했다.
나는 내가 왕따된 현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무한 재생 숏폼처럼 그 날의 일들이 희번덕거려서
약을 먹어도 잘 못 자고
자리에서 못 일어나서 몇날 몇달 대문을 못 열었다.
누구도 나를 지원하지 않았고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떠나면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 해서
인사 조치되었다.
내가 왜 왕따되어야 하는지 아무도 제대로 된 이유를
'검증'하지 않았고
태워질 기세였기 때문에
이해관계 말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내 매력'이 뭔데?
조직의 생리를 이젠 너무 잘 알고,
이해 관계자로 엮여서 도저히 풀리지 않는 실타래로 꼬여 봤고, 내가 끌어 올린 인간이 나를 모른다고 하는 인간 같지도 않은 경우도 겪었다.
다들 자신이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뒤에 와서 다시 연락을 하거나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대부분 뭔가 찔리거나 자신도 내 처지와 다름 없게 되어서 그런 심정을
당사자인 나와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점 수정이다. 감정평가에서 흔히
거래 시점과 (감정평가 당시의) 기준 시점이 불일치하는 경우에 시점 수정이라는 작업을 시행한다.
나는 왕따 피해자였을 때부터
현재까지 영겁과 같은 시간을 혼자 보냈다.
나의 매력 같은 것은 '원초적으로/ 본능적으로 없다.'고 생각하면 맞았다. 아니 단 한명의 네트워크도 남기지 못한 나는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단 말인가.
나는 매력을 갖지 못한 거였다. 사람을 내 옆에 끌어다 놓지 못했다. 아무도 내가 죽을동살동 하는 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만 했다. 내가 세상 누구보다 잘 나갔더라면
왜 사람이 없었겠는가.
결국 내가 매력있게- 누군가가 /아 어떤 분인지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인사를 하면서 다가올 만큼 그토록 매력 있게 -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버려졌다라고도 생각해 봤다.
그러자 이전보다 더 힘든 감정이 들었다.
자, 이제 말하자. 내 매력은 타인의 인정, 주위의 시선, 외적 성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왕따 시킨다는 말은 내가 집단 생활을 해야 할 때
집단이 나를 거부하는 일이다.
나처럼 왕따당하지 않기 위해서, 남의 시선, 남의 주장에 끌려다니는 불특정 다수가 된다는 일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느니 원초적 고독을 질겅질겅 깨물 것이다.
다만 내 스스로가 내가 매력 있다고 생각할 때는,
그 때가 되면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내가 원하지 않아도 사람은 따라 온다. 자연스럽게.
그 때면 내가 거기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자연스레.
나는 스스로 따가 되거나 그걸 원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왕따를 당했을 때의 나의 실존은
굉장히 허약한 것으로 판명이 났고 내 앞날이
남의 평가나 조직의 결정에 종속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인생이 허무했다.
앞으로 또다시 왕따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다시 비극의 주인공이 되더라도
아마 내가 받는 충격은 이전과 다를 것이다.
*외통수: 어떤 수를 쓰더라도 패배를 피할 수 없는 수.
두 세 명 정도가 자연스럽게 걸어오기만 해도
내 험담을 하는 것 같은 망상에 흔들릴 수 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자신이 왕따 피해자임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방향을 설정해서 한번 가 보자.
사이사이 만나는 사람들의 다른 생각,
나와는 다른 생활에 자신을 견주지 않을 만큼
그들이 우르르 몰려 가서 나를 성토하면서
쭈뼛쭈뼛하는 기관장을 압박하던, 뭘 하던,
그들보다는 좀더 빨리
내가 나아질 수 있다. 매력적으로.
누가 도와 주냐고?
글쎄... 메이비...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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