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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Aug 11. 2024

66. 저는 그 때 헤어졌어요

-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그래요, 여보, 인생이란 포기에요, 항상 그런 식이죠.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의 인용으로 시작하는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마거릿 렌클, 2023년)‘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드디어’라고 하는 이유는 내가 이 책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 브런치를 통해서였고 ‘보나쓰’ 작가님(아래 링크) 같이 많은 작가 분들이 책을 리뷰하고 계셔서

찜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bona2s/409


자연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읽기가 한달음에 되는 책은 아니다. 적어도 내 경우엔.

가뜩이나 ‘가만 있지 못하는’ 증후군인데도, 그런데도 이 책이 좋다. 내가 평생동안 쓰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글을 읽기라도 하니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그 사람’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키워드는 역시 책 제목 일부와 겹치는 ‘작별’이다. 

글 속에 등장할 세 차례 인용의 딸린 페이지는

이 책의 면수를 가리킨다.





‘(굴뚝새는) 절박하게 울고 또 울었다.

15쪽



누가 모르겠는가.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처음엔 모를 수 있지만 결국엔 안다.

누가 아니겠는가. 누군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면 우쭐해진다. 사람 마음이 대개 비슷한 것을.

그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직접 물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보면 알 수 있었다.

내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게 그 사람에게 ‘힘이 되’는 것을 대개의 사람들은 원한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등과 등을 붙이게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어느 한 쪽의 마음이 다른 한 사람의 마음을 놓고 ‘키 맞추기’를 하게 된다. 이른바 ‘밀당’이라고 해서 ‘내가 더 좋아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단계이지만, 사실 ‘답은 정’해진 상태일 때가 많다.


처음부터 쭉 어느 한쪽의 마음이 더 큰 것이다.


어른이 되면 힘이 들더라도

최고조로 힘이 들어 ‘죽겠’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순간 미루지 않고 챙피해 하지도 않고

꺼이꺼이 울기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 혼자만이 아는 두어 번의 ‘꺼이 꺼이’ 경험은 나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 중 한번은 저 ‘왕따’ 사건이 한창일 때였다. 나는 그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여기까지다.’라고 생각했다. 더는 지켜 볼 것도 없으며 더 이상 실망하고 있노라면 ‘사건’을 빠져 나오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 원 없이, 진솔하게 그냥 목 놓고 울었다.

내가 울었다고 말하니까 그 사람이 놀란 듯 물었다.

“왜 그랬냐?”고. 나는 “나중에 말하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와 같이 ‘사람’에게 ‘진성(진짜임, genuineness)’을 다 보여 주면 그만큼을 돌려 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내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똑같이 대하려다가 결딴이 날 수가 있는 것이다.

특정인에게 늘 좀 더, 아니 극 진심을 다해 오면서

나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편이었다.

앞으로는 뒷일을 좀 생각해야겠다고 늘 생각 한다.





‘(자연에서) 유혈극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그 유혈극을 몸소 겪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16쪽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당사자가

모를 수가 없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아린 듯하게

느낌이란 것을 준다. 예전 같지가 않아지는 것이다.

그 사람이 다시 연락을 해 왔다. 뭔가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알고 있다. 내가 멀리 와 버렸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리가 없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은 다 다르다. 남의 구구절절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내 생각은 달라.”라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 역시 사람이다.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차츰 만남의 횟수를 줄이고 대화의 향방을 돌린 다음

먼저 연락하려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다.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아마도 수천 명에서 만 명이 넘을- 사람들이 곁에 있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졌는가.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그토록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 저 하늘의 구름이

흩어지듯이 흔적도 없어진 것 또한 참 이상하다.

도대체 무엇이 영원에 가까우며 그런 게 있기는 한가.


그 사람이 내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으려면 그 ‘유혈극’이 있었을 당시와 그 후로 내가 공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해야 할 만큼 비참에 빠진 일을 그가 외면하고

독자적인 길을 걸은 시간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그 단절을 어떻게든지 지목해 내야 한다.

이제 ‘끝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나를 두 번 죽게 한다는 것을 나는 그에게 알려 주고 싶지 않았다.

대신에, 그것을 겪은 것이 나 홀로만이었다는 사실을

내가 소통이 안 되는 사람과 굳이 마주하기까지 해서

재삼 확인할 필요가 없다.





버킷리스트?

아니 ‘버킷 라인(bucket line)'*

18쪽

* 버킷 라인: 화재시 물을 퍼 와서 불을 끄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불길이 타는 곳과 최대한 가까운 가상 선



우리 모두는 사람과 함께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말 내 맘 같지 않아.’ 하고 푸념도 수 없이 해 봤다.

사람들이 흔히 고된 일정을 갖고 고난도의 목표를 향해 걷는 사람에게들 묻는다. ‘버킷리스트’가 있냐고.

다들 있다. 있다고들 자각을 못 해서 그렇지.


사람을 볼 때는 저기 불길이 타오른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마음이 일렁거리는 것을 꾹 참고

버킷 라인’을 긋자. 마음 속 ‘삼팔선’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만나 무수히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만.

내가 살아야겠다.’고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사람은 ‘’을 버리지 않는다. ‘사람’을 버린다.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어른이 되 가지고

길에서 꺼이꺼이 울었던 ‘성대리’는

다시 오려고 하는 듯한 그 사람에게

“나는 그 때 헤어졌어요.” 라는 말을 구태여 하지 않았다. 다만 공무원이라는 좁은 사회에서 한껏 일을 하던

‘성대리’가 입에 달고 살던, 그 땐 농이었지만 지금은

‘찐’이 된 말을 해 주련다.


“있을 때 잘 해.”


이것이 인간관계의 진실이다. 더 이상 다가가면 타

죽을 수 있으며 선(버킷 라인)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믿음도 있고 사랑도 있다.

아련히 떠오르는 희미한 추억: ‘좋은 사람이었지’

이 정도로만 남게끔 엮이자면 “왜? 서운할까?”


내 다음 차례의 독서는 이 책이다.


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3438259631


나는 간혹 알고리즘도 아닌, 비체계/체계의 논할 거리도 아닌, 책명만으로 읽을거리를 선택하곤 한다.

이 책이 그렇다.

독자적인 슬픔’으로 인해 한 사람을 작별한 그 겨울의 추위가 참 독자적이기도 했고.


이 대목에서 사람과 사람은 무엇으로 그럼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오늘의 답을 정하려고 한다. 돈은 아니다. ‘돈’이 마음에 들어서 ‘사람’을 정할 순 없다. 


(답): 이렇게 평범한 음식(예시: 아래 이미지)을 그토록  다정하게, 서로 만족스럽게 나눌 수 있다면

그 사람과 만나라. 버킷 라인 신경 끄고 맛있게 먹고

맛있게 소통하자. 소통이, 살아 보니 답이었다.


위는 짬뽕밥, 아래는 그냥 볶음법에 그냥 짬뽕 국물. 단돈 16,000원


오징어 두 조각 건져진 것 말고 해산물이란 눈 씻고도 못 찾게스리 양파 썰은 것 투성이인데 어라, 의외로

시원한 저 국물에 밥을 적셔 맛만 좋게 잘 먹었다.


사람과 사람이 잘 만나면 반찬이 중요치 않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 오늘 세 시간 가량 늦게 글 올립니다.

아침에 불시에 일이 잡혔지만

미리 글을 써 놓는다고 하는 결심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 엄수가 첫번째 인간관계’임을 각인하고

정신머리 챙겨서 글 발행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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