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예상치 못한 첫 만남

02. 그렇게 스며들었다.

by HAM

그녀가 첫 출근을 하던 그날,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또렷하게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그날은 급여지급일이었기에 상당히 바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녀에게 상세하게 업무를 알려주는 것과 회사에 대해서 소개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들여보다본 그 당시의 나의 마음으로는, 그녀에게 위엄있는 선임보단 편하고 믿음직스러운 선임이 되고 싶었기에 처음부터 회사에 대한 부담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마음 한 켠에 감춰져 있던 '또다시 이전에 있었던 사람처럼 떠나가지 않을까?'라는 살짝의 조바심과 함께.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녀는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그렇게 나와의 시간도 켜켜이 쌓여갔다.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자연스레 마음을 내어주고 있었다.



MBTI가 "E"라던 그녀는 "I"인 나와는 정반대였지만, 신기하게도 닮은 점이 참 많았다.


일주일 간의 일정을 미리 계획하는 점, 완벽주의 성향,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 등..



사소한 닮은 점들을 하나 둘 발견하며, 이렇게나 비슷한 점이 많다며 서로에게 놀라고, 취향도 비슷했던 우리는 그만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당시 회사는 대표님 한 분의 부재로 회사가 조금씩 기울어가고 있었다. 급여도 제 날짜에 나오지 않을뿐더러, 매출도 점점 줄어들며 회사의 잔고는 불안한 내 마음처럼 점점 더 불안한 상태로 되어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회계팀이라 회사의 속사정을 낱낱 하게 알 수밖에 없었기에 '이런 불안한 환경의 연속에서 과연 그녀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조금씩 짓누르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회사생활은 너무 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충분히 많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그녀가 이 회사에 있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 없이 혼자 이 회사에서 버티기 싫은 요란한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렸지만, 그녀의 가능성을 못 본체 할 수 없어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당시 입사한 지 이제 2개월 남짓한 시점이었기에 차라리 이제라도 사실대로 그녀에게 회사사정을 밝히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었다.


업무를 바삐 하다가 잠깐의 쉴 틈이 생기자,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사실 계좌잔고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면 알겠지만, 회사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미납한 세금도 쌓여가고 있구요. 찰떡씨(*나와 그녀처럼 찰싹 붙어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발견하고, 우리만의 애칭이 되어버렸다. 이에 그녀를 찰떡씨라는 이름으로 붙이겠다.)는 아직 어리고, 충분히 좋은 회사 가서 다양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지금이라도 도망가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찰떡씨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요. "



그녀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나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시린 바다의 파도처럼 그렇게 차갑고, 차가운 파도 속에서도 따뜻하게 비춰주는 햇살처럼 따뜻하고, 또 아득했다.


나 때문에 회사를 다니고 있다며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녀의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내가 어떻게든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스며들듯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줬다.



그리고, 그렇게 한 계절이 또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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