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함께하는 공식'의 완성

02. 배움과 배움의 결합

by HAM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회사에서 매일같이 몰아치는 끝없는 풍랑의 반복 속에서도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버티며, 그 풍랑에 적응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는 '하고자 하는 욕심'마저도 닮아 있어 그 무렵부터 그녀는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에는 주 2~3회 정도 새벽까지 알바를 하는 생활을 했고, 나는 조금씩 알아보고 있던 자격증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여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회사는 30분여 정도 걸리는 타 지역에 있었고, 오전 8시에 정규 업무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적어도 새벽 6시 30분에는 기상을 해야 했었다.


업무를 마치고 나서 퇴근 후, 주 3회 운동을 하며 밤 12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루틴이 몸에 쉽게 익숙해질 리 없었다.



게다가 자금압박과 날이 갈수록 눈에 보이는 악화되고 있는 회사 상황들이 가끔씩 내 머릿속으로 강력하게 비집고 들어올 때면 '지금 내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라는 의구심에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래도 여기에서 주저앉고, 도망칠 순 없었기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은 문득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가 "차장님, 저 어제 알바가 새벽 2시 넘어서 끝났는데 정말 너무 피곤하네요." 라고 하는데 순간 생각이 많아져 있었던 나에게 그녀의 그 한마디는 크나큰 울림의 도가니로 다가왔다.


그녀는 평소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일찍 기상하는데, 새벽 2시가 넘어서 알바가 끝나는 와중에 그녀의 간식을 챙기면서 아침에 내가 배고플까 봐 나의 간식까지 매일 챙겨준 것이었다.



나는 6시간 정도를 잘 수 있었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은 커녕 피곤함이 나의 눈꺼풀을 덮쳐 끝까지 버티지 못했던 여러 날에도 '너는 오늘도 공부를 이것밖에 못했구나' 라며 나 자신에게 매일 핀잔만 주느라 바빴던 나를 생각하며 그날은 유독 '내'가 제일 미웠던 날로 기억된다.


그녀는 간혹 힘들다고 했지만 불만을 전혀 토로하지 않았고, 내가 많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오히려 웃는 얼굴로 "사실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근데 제가 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니 어떻게든 끝까지 해봐야죠" 라는 대답 아래 느껴지는 책임감이 그녀를 더 빛나게 반짝여주는 듯했다.



5살이나 어렸던 그녀지만, 그런 책임감을 보며 나 스스로에게 엄격하기보다는 관대해지려고 노력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확실했던 건, 그녀에게 배웠던 크나큰 울림과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는 우리가 스스로 배웠던 또 다른 울림의 결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도 소중했던 날들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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